오피니언

"생활고에 쪼들렸지만 공부의욕이 더 컸죠"

성대서 박사학위 동시에 받은 김동민·권영신 부부


“가난해도 우리는 공부밖에 몰랐습니다.” 마이너스통장 등 빚을 내 공부해 동시에 박사학위를 받은 부부가 있어 화제다. 24일 열리는 성균관대학교 2005학년도 전기 박사학위 수여자 중 김동민(동양철학과 대학원ㆍ39)ㆍ권영신(교육학과 대학원ㆍ39) 부부가 주인공. 이들은 지난 87년에 동시 입학해 학사는 물론 석ㆍ박사과정을 모두 같이 수료한 후 이번에 한날 한시에 박사학위를 받게 돼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아내 권영신씨는 23일 “공부밖에 할 게 없었다”며 “나는 박사과정 수료 후 10년 만에, 남편은 11년 만에 논문을 썼고 같이 공부했기 때문에 논문 쓸 때 서로 도움을 받았으나 하도 오래 걸려 별로 기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어 권씨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수년간 같이 친구처럼 어울리다 어느 날(7년 전) 불쑥 결혼한 것도 인연인 것 같다”며 “금슬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부부싸움한 기억은 별로 없다”고 멋적은 미소를 보였다. 특히 권씨는 나이를 감안한 듯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강조했다. 자녀 출산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이 이들 부부에게 장애물이 된 것 같다. 1시간에 4만원에서 4만5,000원 정도 하는 강사 수입으로 생활고를 극복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방학 중에는 빚내서 살고 학기 중에는 서너 군데 강의로 벌어 갚는 등 마이너스통장으로 살고 있다”며 “수입이 적더라도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조교ㆍ연구원 생활 등 1년에 350여일을 학교에서 살아 눈을 감아도 캠퍼스를 돌아다닐 정도라고 한다. 남편인 김씨는 “시간강사 생활 10여년에 지칠 만도 하건만 학자의 길을 함께 걷는 아내의 이해와 격려에 억지로 힘을 내어 오늘날 여기까지 왔던 것 같다”며 “소망이 있다면 인문학이 대접받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논문은 ‘한대 춘추공양학(漢代 春秋公羊學)의 성립과 전개에 관한 연구’이고 권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한말 서우학회(韓末 西友學會)의 사회교육 활동에 관한 연구’. 서우학회는 1906년 평안도와 황해도를 중심으로 지식인들이 펼친 자강운동단체로 도산 안창호, 백암 박은식, 노백린, 이동휘씨 등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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