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늘어난 명품 수입… 가격은 그대로

■ 한·EU FTA 1년<br>삼겹살·와인 판매 80%까지 늘어<br>유로존 재정위기 탓 수출증대 효과 반감… 무역흑자 18억달러 그쳐

서울의 한 할인마트 유럽산 와인코너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체크하고 있다. 한ㆍEU FTA가 7월 1일로 1년을 맞이하지만 관세인하에도 불구하고 와인과 명품 소비재 수입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7월1일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꼭 1년째를 맞는다. 한ㆍEU FTA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경제권과 체결한 첫 번째 FTA다.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성적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우선 가방ㆍ시계ㆍ화장품 등 명품 소비재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이 FTA 발효 후 유럽 명품 회사의 효자 시장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또 FTA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됐던 수출은 유럽 재정위기 탓에 오히려 쪼그라들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늘어나는 유럽 명품 수입=한ㆍEU FTA 발효 이후 EU산 수입품은 FTA 관세혜택은 물론 비혜택품목까지 고르게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명품 수입량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한ㆍ유럽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1일부터 지난 15일까지의 한국의 대 EU 수입품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입은 이 기간 전년 동월 대비 13.5% 늘었다. 특히 가방(35.0%), 신발(31.0%), 시계(51.1%), 화장품(10.2%) 등 소비재 수입이 급증했다. 이들 품목은 유럽 회사가 주로 판매하는 명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명품 회사는 FTA에 따른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을 내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 비난을 받고 있다. 루이비통은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고 샤넬과 에르메스는 주요 제품 가격은 5% 내렸다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반영 등을 이유로 곧 되돌리기도 했다.


식품은 FTA 발효 후 유럽산 삼결살과 와인 판매가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삼겹살 판매량은 80% 증가했고 와인은 5%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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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기대 이하=기대를 모았던 수출도 전체적으로 한ㆍEU FTA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이후 약 1년간 대 EU 무역수지는 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 140억달러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수출은 선박(-47.3%), 무선통신기기(-40.7%), 반도체(-44.1%) 등 관세 비혜택 품목의 수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년보다 12.1% 감소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큰 기대를 모았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FTA 발효로 관세 철폐 등 혜택을 보는 품목의 수출은 많이 증가했다는 것인데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는 FTA 발효 이후 수출이 38.0%나 늘어났고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15.8% 증가했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폴리에스테르는 관세(4%) 철폐 이후 이탈리아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벨기에에서는 수입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됐다. 이에 대해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대 EU 수출 감소로 FTA 효과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고려하면 선전한 것"이라며 "특혜 혜택을 본 품목의 수출입이 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늘어난 것도 좋은 신호"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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