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구성 가스田등 공동수주<br> '출혈경쟁으로 공멸' 30년전 교훈이 도움<br>호남석화는 국내유화업체론 첫 중동진출<br>KT등 국내 IT업체들도 '아시안게임 SW' 잇달아 수주
| 카타르 북부 라스 가스전의 가스 생산설비. 한국에서 대부분 소비될 이 가스전의 설비는 GS건설·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업체들이 동반진출을 통해 건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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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강한 에머럴드 빛의 바다를 옆에 끼고 카타르 도하의 걸프로드를 걸으면 주변에는 온통 공사장이다. 도하 해안가에는 호텔과 경기장을 짓기 위해 크레인 움직이는 소리로 시끄럽다. 도하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가스전이 나온다. 그곳에는 세계 각국에 천연가스를 보내기 위한 초대형 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12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카타르는 목하 공사중이다. 카타르는 중동 산유국 중에서 가장 축복받은 나라로 손꼽힌다. 경기도 크기의 이 소국은 지하에 37억배럴의 원유와 세계 3위를 자랑하는 900조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매장하고 있는 자원부국이다. 1인당 GDP도 4만달러에 육박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카타르는 넘치는 오일머니를 이용해 국가 개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마드 빈 할리파 카타르 국왕은 “10년 내에 두바이ㆍ바레인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국가의 체질과 경쟁력을 완전히 바꿔놓겠다고 공언했다.
카타르의 국가개조작업에 한국기업이 주력으로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는 에너지 개발 사업을 위해 250억달러 상당의 자금을 투입해 북부지역 가스전 개발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중 25억달러 규모의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 가운데 토목과 건축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문과 가스전 개발과 이에 관련한 플랜트 공사 등이 한국 건설업체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카타르에서 한국기업들의 공사 수주전은 상호협조적이다. 70~80년대에 한국건설업체들이 서로 피를 흘리며 수주전쟁을 벌이다가 공멸을 자초한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출혈 경쟁은 저가 낙찰을 낳았고, 그 결과는 공사를 따도 손해를 볼수 밖에 없었다. 한국기업들은 30년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경쟁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수주전에 참여하거나 한국기업이 지분참여한 현지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카타르 국영가스기업 ‘라스가스’가 추진하는 북부 가스전 개발사업이다. 라스가스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라스 라판’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에 두산중공업이 2004년에 담수플랜트 공사를 수주한데 이어 GS-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가스 정제시설 공사를 수주해 작업중이다. 대우건설과 GS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지난해 4월 라판 정유회사로부터 6억달러 규모의 정유 플랜트 공사를 공동으로 따낸바 있다. 안경희 GS건설 차장은 “대우건설과 함께 순조롭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추가로 수주를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루고 있다.
라스 라판 프로젝트는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로, 여기서 생산된 가스는 한국과 일본에 주로 수출된다. 한국은 카타르의 제2위 수출국으로 경제적으로도 중요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매년 500만톤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가 한국을 향해 선적하고 있다. 압둘 알 마리 라스가스 홍보담당자는 “한국은 카타르에게 매우 주요한 고객”이라면서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하는 한국기업들의 실력이 매우 높다”고 흡족해 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한국 평택 LNG탱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가니 사마드 라스가스 해양부문 어드바이저는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몰라보게 발전했다”면서 “20년이 넘게 세계 각국의 가스 부문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한국기업들의 변신은 놀랍다”고 말했다.
정보통신ㆍ유화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쌍용정보통신은 도하 아시안게임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를 수주해 80여명이 현지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시안게임 종합정보시스템으로 5,140만달러짜리 프로젝트다. 또 KT는 아시안게임 통신망 운영 컨설팅 자문료로 150만달러를 따냈다. 이는 지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벤치 마킹하기 위한 것이다. 카타르에서 국내기업들의 수주작업을 돕고 있는 송승욱 알자버 엔지니어링 대표는 “IT분야는 인력만 있으면 되는 고부가 사업”이라면서 “중동 현지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IT기술을 인정하고 있는만큼 보다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말 국내 유화업체로는 처음으로 중동에 진출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달 29일 도하에서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와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합작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단지는 기초유분인 에틸렌 공장에서부터 폴리프로필렌(PP) 스티렌모너머(SM) 폴리스티렌 등 중간원료 공장까지 수직계열화하는 석유화학단지로 카타르 메사이드 공업단지 내에 건설될 예정이다. 국내 업체가 중동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해외에 이 같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호남석유화학이 처음이다. 합작사업 비용은 26억달러로 카타르 페트롤륨이 70%, 호남석유화학이 30%를 투자한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건설에 들어가 2009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타르는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우해 입국절차가 대거 간소화했다. 과거에는 입국 전에 비자를 받아야 하고 그 처리과정에 시간이 걸려야 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입국비자를 입국심사대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될 정도로 생략했다. 이는 경쟁국 도시인 두바이를 이기기 위한 행정서비스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