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저속·풍자 넘나드는 B급 문화의 모든 것

■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슬라보예 지젝 외 다수 지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펴냄


일단 'B급 문화'라는 개념부터 정의하고 가자. 책의 필진 중 한 명인 문화평론가 이택광은 이렇게 말한다. "B급 문화라는 용어는 지금 현재 대중문화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에 가깝다. 과거에 고급과 저급 같은 층위의 문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A급과 B급으로 나뉘는 등급의 문화가 있는 셈이다." 클래식 오페라 같이 과거 소수 지배 계층이 누리던 것이 '고급문화'였다면, 대중문화는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 개인적 쾌락 추구를 함축한 '형식적 파격'을 무기로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그 대중문화도 더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주류'에 안주하는 부류와 창의성·다양성, 그리고 불온성을 무기 삼아 꿈틀대는 또 다른 부류로 갈리게 되었다. 굳이 가르자면 이택광의 시선에선 후자가 B급 문화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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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슬라보예 지젝, 스티븐 킹 등 해외 필진과 영화 평론가 남다은, 문화 평론가 이택광 등 국내 필진 36명의 다양한 대중문화 비평 글을 엮었다. 1부 '스크린 위의 환상'에서는 미국 할리우드의 아류 혹은 반(反) 할리우드로 떠오른 아랍과 인도 영화의 흐름과 특징을 조망한다. 또 미국 할리우드 내에서도 비주류 B급 영화로 취급되는 코미디와 액션·좀비·공포 영화에 대한 문화적 고찰을 이어간다. 예컨대 코미디 극을 '저속한 웃음만 난무하는 것이 아닌, 과감한 풍자가 돋보이는 장르'로 평가한다. '익살극은 천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문화적 신뢰성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는 영화인이나 관객들은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나치 이데올로기를 가장 훌륭하게 고발한 것은 위대한 풍자 영화들이었다.'(웃음을 위한 변론 中) 피 튀기는 좀비 영화에선 시대의 화두를 읽기도 한다. '좀비 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감독 조지 로메오는 항상 할리우드 주변인이었고, 시대의 화두가 되는 정치적 담론을 자신의 영화에 넘치지 않게 담아낼 줄 알았다. 그의 영화는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확실히 좌파적이지만, 결코 교훈을 늘어놓지 않았다.'(좀비영화의 정치학, 텅빈 눈으로 응시한 팍스아메리카나 中)

이 밖에 2부 '심심풀이용 대중문화'에서는 3류 대중소설과 연애소설, 추리소설에 대한 새로운 가치평가를 내놓고, 3부 '길들여지지 않은 자들의 음악'에서는 주류 계급으로부터 외면받았던 록과 흑인 음악에서 출발한 힙합·랩·재즈, 이른바 '저항의 맥박'이라 (저자가) 칭하는 테크노 등을 조명한다. 마지막 4부 '한국 대중문화의 순응성, 또는 불온성'은 독립영화와 인디 음악, 서태지, 슈퍼스타 K(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들여다보며 한국 대중문화 전반의 현실을 진단·논의한다. 1만 7,8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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