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4일 오전 5시께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 대한 행정대집행과 철조망 설치 공사에 전격 돌입한 것은 기지이전 공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팽성 주민들과 기지이전.확장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기지이전 예정부지에서 영농활동을 시작해 공사 일정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판단이 결정적인 동기가 된 것이다.
국방부는 이미 지난달 하순 대추분교에 불법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이달 7일 이전에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대추리와 도두리 등 반대가 심한 지역의 일부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이 일대 285만평 가운데 80만평을 논갈이하고 70여만평에 볍씨를 뿌리는 등 영농활동을한 것이 군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4~5cm 정도 자란 농작물에 대해서는 그 농지를 소유하지않은 경작 민이라도 그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벼가 자라면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지이전 지역인 대추리 일대 285만평 중 볍씨를 뿌려놓은 70여만평에서 벼가 자라면 200억원의 추가 보상을 해야하고 전체 부지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1천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농사를 짓는 것이 하늘 아래 제일 근본'이라고 생각해 농업을 생활의 근본으로 삼았던 우리 민족성을 감안할 때 키가 자란 벼를 갈아엎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강하다.
이런 사정으로 국방부는 지난 3월15일과 지난달 7일 용역 직원 750여명과 굴착기, 레미콘 등 중장비 12대를 동원해 대추리 일대 농수로와 농로 등 농지폐쇄 작업을 벌였으나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이를 원상복구하면서 무위로 그쳤다.
최대한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던 국방부의 자세는 두 차례 영농차단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공법'으로 급선회했다는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이 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외부 반대세력들이 개입하면서 합법적인 기지이전 사업에 필요한 기초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불법적인 영농활동을 재개하면서 '이전사업 자체를 재검토하라'는 무리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어렵다"고 한 것은 이 같은 방침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2008년 12월말까지 이전을 마치기로 한 한미간 합의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기가 지연되면 용산기지와 미 2사단 이전계획 뿐 아니라 이전되는 미군기지의 반환계획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장관이 "한미간 합의와 국회의 비준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 지연되면 동맹국과의 외교적 신뢰성을 저해하고 이 사업으로 돌려받게될 용산기지와 다른 미군기지 환수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다.
국방부는 애초 용산기지와 미 2사단이 옮겨가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서 4월부터 이전공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대추분교를 근거지로 하는 미군기지 이전.확장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투쟁에 밀려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본 공사를 위한 진입로 개설과 측량,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시굴 등의 작업이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대추분교 불법시설 강제철거와 철조망(높이 1.8m 길이 25km 가량) 설치로 일단 기지이전 공사에 필요한 선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오는 6월에서 9월로 늦춰진 기지건설종합계획(MP)이 작성되기 전까지 부지정리 및 환경영향평가 작업 등은 국방부의 일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강제철거 과정에서 밀려난 시민.사회단체들이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간헐적으로 강경 대치도 불사할 것으로 보여 국방부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자세다.
국방부 관계자는 "115개 단체로 결성된 평택 미군기지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측이 지속적으로 반대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반대주민이든 반대하는 단체든 허심탄회한 대화를 계속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