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있을 때까지는 무대에 서겠습니다.” 앵콜 공연하지 좀처럼 하지 않는 윤석화(사진)가 지난 4월 ‘여배우 시리즈’ 첫 테이프를 끊은 ‘위트’의 마지막 앵콜 공연에 들어간다. 그는 “지금까지 연극을 하면서 신의 아그네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가씨와 건달들 외에는 같은 작품은 다시 하지 않았다”며 “특히 매일 가슴으로 죽어야 하는 베어링역은 지금까지 해 온 작품보다 더 힘이 들지만 윤석화라는 이름을 걸고 해 볼만 한 작품이며,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계속 찾아주셔서 앵콜 공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와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오는 데까지 한 시간 정도면 열이 내려가지만 이 작품은 세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여러 작품에서 죽음을 맞이해 본 적이 있지만 이번 공연은 어느 때 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위트는 영문학자인 비비안 베어링이 난소암에 걸린 후 8개월간의 투병 과정 동안 죽음과 삶의 의미, 진실된 사랑과 희망을 배워간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는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올라 고고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독신 여교수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삭발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의 프로정신에 관객들은 열렬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실 위트는 주제가 죽음이라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입 소문을 기대하기는 힘든 작품이라 흥행은 생각도 못했다”며 “하지만 수요일 낮 공연은 매주 매진사례가 될 정도로 여성 관객들이 많았다”며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 것도 좋은 평을 받았다. 시인 도종환,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고도원, 소설가 신경숙 등 만나고 싶었던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그는 “관객들이 젖은 눈으로 연극의 감동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때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 교감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며 “무대위로 오른 작가들도 오랜만에 마주한 친구들처럼 하고픈 말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무너무 치열하게 만든 작품으로 무대에 오를 때 마다 새로운 각오를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윤석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극이라는 평을 듣고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미소 극장. 7월 1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