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입찰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증권회사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건설사에 신청 예약금을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적잖은 수익을 거두고 있어서다.
한 예로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울산 송정지구 공동주택용지 7필지의 경우 총 5,404개 업체가 몰려 올해 최고인 평균 75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이 LH에 납부 한 신청예약금만 16조원이 넘었다. 겉만 보면 LH가 대박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더 큰 웃음을 지은 곳은 따로 있었다. 건설사들에 신청예약금을 대출해 준 증권업계다.
이유는 이렇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증권업계로부터 일정 이자를 제공하고 신청예약금을 대출받았다. 청약 당첨이 되지 않을 경우 LH는 일반적으로 10일 이내에 신청예약금을 돌려주게 되는데 증권사들이 이 짧은 기간을 이용해 수익을 낸 것이다.
증권사는 건설사에 신청예약금을 대출해 주면서 동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채권을 발행한다. LH로부터 보증을 받은 것과 다름없는 이 채권은 시장에서 높은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험사나 공공기관 등 기관 투자자들이 주 채권 매입자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은 건설사로부터 받는 대출 이자와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팔 때 제공했던 수익률의 차이를 통해 수익을 거둔 것. 예를 들어 증권사가 건설업체에 4%의 대출 이자로 신청예약금을 빌려줬고, 투자자들에게는 3%의 수익률을 보장하며 채권을 팔았다면 수수료 차이 1%가 고스란히 수익이 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울산 송정지구 공동주택용지 공급 과정에서 증권업계가 전체 신청예약금 16조원의 약 1%(160억원 가량)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 증권사는 건설업체에 3조원 가량의 신청예약금을 대출해주고 3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