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꼬리표 뗐다

경기회복에 따라 수입이 늘면서 그동안의 '수출이 줄면서 수입은 더 줄어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커지는 불황형 흑자구조'를 벗어나고 있다. 1일 지식경제부의 지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월간 수입액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300억달러대에 진입했다.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감소한 340억2,600만달러, 수입은 16.3% 줄어든 302억3,200만달러로 37억9,4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 무역흑자는 345억8,300만달러로 연간 흑자규모가 4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4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9월(7.8%)에 이어 한자릿수에 그쳤으나 감소폭 자체는 9월보다 커져 회복세가 다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수입 감소율은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4.6%로 줄어든 데 이어 10월에는 -16.3%로 감소폭이 축소됐다. 특히 소비재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늘어나며 올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명수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수입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수입 확대→수출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며 " 경기회복의 강한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10월 수출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액정디바이스와 반도체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8.8%, 36.8% 늘어났으나 선박(-9.1%), 자동차(-24.1%), 무선통신(-30.1%), 철강(-31.0%) 등은 다소 부진했다. 지역별(10월1∼20일 기준)로는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9.0% 늘어나며 올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으로의 수출도 3.4% 증가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각각 37.4%, 19.0% 격감하는 등 선진국 시장의 수출이 더디게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이 전달에 비해 늘어난 것은 원유 등 에너지 도입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에 따라 제조업 가동률이 올라가며 에너지 도입물량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9월 6,800만배럴이던 원유 도입물량은 10월에는 7,430만배럴로 늘었다. 원유 도입액도 9월 48억7,000만달러에서 10월 52억4,000만달러로 확대됐고 가스 수입액도 8억5,000만달러에서 14억5,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자본재 수입도 지난해 대비 감소폭이 16.1%로 둔화되는 가운데 선박부품과 반도체장비 등의 수입이 늘어났다. 주력 수출제품의 부품 및 제조장비 수입 증가는 생산 확대에 이은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경부는 "11월부터는 지난해 수출입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로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흑자는 연간 400억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