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파문으로 최근 사퇴한 로버트 다이아몬드(사진) 전 바클레이스은행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재무특별위원회에 출석해 "2,000만파운드(354억원)에 달하는 보너스와 급여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전 CEO는 지난달 27일 리보 조작혐의를 인정한 뒤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결국 옷을 벗는 지경에 이르자 '챙길 것은 챙기겠다'는 자세로 돌아선 셈이다. 지난 1996년 바클레이스에 입사한 다이아몬드 전 CEO는 퇴사 전까지 1억2,900만파운드(2,108억원)의 천문학적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보너스까지 챙길 경우 1억5,000만파운드에 달한다.
그는 이날 하원에서 금리조작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자신은 지난달까지도 금리조작 사실을 아예 몰랐고 문제를 파악한 뒤에는 관련자 문책, 벌금납부 합의 등 후속조치를 마련했으며 그동안 최선을 다해 회사를 경영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금리조작과는 별개로 경영성과도 신통치 않았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다이아몬드가 이사회 이사가 된 2005년 바클레이스에 1파운드를 투자했다면 현재 가치는 5분의1 수준인 20페니에 불과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물론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같은 악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쟁사인 HSBC와 비교할 때 훨씬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또한 다이아몬드가 2010년 CEO 자리에 오른 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무리한 확장정책을 펴 손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와 관련해 "다이아몬드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완전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클레이스 대주주들 사이에서 투자은행(IB) 부문을 축소하거나 IB와 소매금융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IB를 따로 떼어내거나 아예 없애면 은행 내부에 방화벽을 치는 동시에 성난 정치권을 달랠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