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이 22일 전격 사의표명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군 관계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신현돈 국방부 홍보관리관(준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국방부 출입기자실을예고없이 찾아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중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한마디 던지고 기자실을 빠져 나갔다.
국방부 공보과장인 신병철 대령도 총기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라고평소와 같이 '연막'을 피웠지만 국방부 주변에서는 윤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것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했지만 막상 윤 장관이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발표가 있자 군 관계자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국방 문민화계획과 방위사업청 개청, 국방개혁입법안 제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군과 마주하고 있는 최전방 GP에서 김동민(22) 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같은 부대원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군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군기'가 땅에 떨어지고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말로만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적지않았다.
더욱이 지난 해 10월 최전방 3중 철책 절단사건 이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끊이지않자 군 일각에서는 인사부문을 포함한 군 전체 '쇄신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군 관계자들은 당혹감 속에서도 윤 장관의 사의 표명 시기가 빠른 것아니냐고 조심스런 반응을 하고 있다.
김 일병의 범행 전모와 육군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의혹을 재차 규명하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GP 총기난사 사건이 터진 이후 국민들이 따가운 질책을 보내고 있고 야당에서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하지만 사건의 전모가 명확하게 드러난 다음에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저런 곡절을 겪으며 궤도에 오르고 있는 국방개혁 작업이이번 사의 표명을 계기로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비록 노무현 대통령이 윤 장관의 사표 수리 결정을 당분간 유보했다고 하더라도 재신임을 받기 전까지는 조직장악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