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산업銀-현대家 끈질긴 '악연' 언제까지…

92년 대선후 '괘씸죄' 산은 설비자금 중단<br>대북송금 사태 이어 현대차 로비의혹 연루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실탕감 로비사건의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산업은행은 지난 90년대부터 현대가(家)와는 끈질긴 '악연'을 갖고 있다. 이들의 악연은 지난 90년대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92년 대선에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후보로 나서면서 이후 '문민정부'의 괘씸죄에 걸려 고생을 한 것은 재계에서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 있다. 현대그룹은 당시 대선이 끝난 뒤에도 몇년간 산업의 설비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시 경쟁자였던 모 재벌그룹의 한 임원은 "현대그룹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국책은행의 저리 자금대출을 받기 위해 산은의 온갖 `시중'을 안 들어줘도 된다는 점에서는 한편으로 여타 그룹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산은과 현대가의 악연은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의 대북송금 사태에서 '절정'에 달하게 된다. 산은은 지난 2003년 현대의 대북송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천억원과 1천500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바 있다. 특히 14일 검찰에 긴급체포된 박 전 부총재는 앞서 지난 2000년 6월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한 불법대출을 전결 처리해 준 혐의로 기소된 바 있어 현대가와는 최악의 인연인 셈이다. 박 전 부총재는 당시 고법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2004년 석가탄신일 특사로 사면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부총재가 이근영 당시 총재와 함께 단순히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것만 아니라 불법대출을 함께 공모하고 정당한 담보없이 불법대출을 해줌으로써 산은에 손해를 끼친 공범이라고 밝혔었다. 양측의 인연은 결국 대북송금 사태가 물밑에 있던 지난 2002년에 있었던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부실탕감 로비로 인해 다시 재연됐으며, 3년여가 지난 현재 결국 함께 검찰수사를 받는 달갑지 않은 '동반자' 관계가 됐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몇년이 지난 일이어서 관련된 인사들은 이미 모두 은행을 떠난 상태"라며 "현대가와는 개발경제시절에는 도움을 주고 받았는데 최근에는 좋지않은 일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