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판부, 판결선고때 설명 부족하다

“승소·패소만 알려주고 판결문도 2~3주후 통지… 납득 어려워”

“도대체 졌으면 왜 졌는지 이유나 알고 싶습니다” 지난 1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찾은 이모씨는 지인과 금전 문제 때문에 소송을 해오다 이날 패소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판사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말만 해줄 뿐 패소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2~3주 후에 송달돼 오는 판결문을 봐야 알 수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지난 1년 여간을 끌어온 소송인데 진 것도 억울하지만 이유나 속시원히 알고 싶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건의 선고가 이뤄진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이 선고 당일날 법정에 와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듣는 경우가 많다. 선고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명호 교수 사건도 선고 이유에 대한 오해가 한 원인이 됐다. 당시 담당 주심판사였던 이정렬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 기고를 통해 “판결문을 보면 원고가 본고사 시험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고 그 점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했다”며 “판결문을 봤다면 이런 테러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교수가 주장하는 본고사 문제의 오류는 재판부도 인정했으며 학생지도 등 다른 교수 자질 때문에 재임용 탈락에 대해 학교측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판결 선고시 재판부의 ‘설명 부족’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대부분 판결 주문(主文)만 낭독한 채 선고가 끝난다. 즉 원고 승소, 원고 패소만 알려준다. 또 금전 배상 사건의 경우 직접 금액을 애기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별지목록기재 금액을 배상하라’고 선고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결에 대한 수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판결문을 받아 보기 까지는 2~3주 가량은 소요된다. 판결문 정본을 법원장의 결재를 받아 해당 재판부에서 받아 이를 우편으로 발송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피고인들에게 유무죄, 양형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판결문 송달이 구속 피고인들에게만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불구속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신청할 경우에만 판결문을 준다. 판결선고와 판결문 수령 시차도 문제지만 판사가 직접 입으로 설명해주는 것과는 당사자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판사인력, 사건 수, 제한된 시간 때문에 물리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판결요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판결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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