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한국車 새 엔진 달아라] <1> 재앙이냐 기회냐

"자칫 GM전철 밟을 수도…" 비상등<br>日질주·中추격·美재기 등 곳곳 위협요소<br>하이브리드카 등 차세대 시장서도 전운<br>"위기를 기회로" 성장잠재력 확보 나설 때


“월급쟁이로서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지난 16일 100여명의 현대ㆍ기아차 팀장급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재동 현대차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원가절감방안 마련 대책회의’. 이 자리에 참석한 K과장은 “환율급락과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등 최근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린 도요타조차 4연 연속 임금동결에 나선 마당에 상황이 더 어려운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느냐”며 임금동결을 제안했다. 일순간 회의장 분위기는 한층 비장해졌다. 곧 이어 “당장은 좀 고통스럽겠지만 회사가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노조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우리라도 나서자”는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비상등’ 켠 ‘코리아 자동차’=이날 팀장회의 결과는 최고 경영진에 보고되고 6일 뒤인 지난 22일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투철한 책임감 속에 비상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결의문’ 채택과 함께 과장급 이상 임직원 1만1,000여명의 임금동결 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막을 내렸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자칫 GM 꼴 날까 두렵고, 도요타를 좇아가려니 애가 탄다”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이번 결단이 천군만마와 같은 원군의 힘이 될 것”이라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마음이 가벼울 리 없었다. 현대차의 비상경영은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환율급락과 고유가 등 대외 악재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왜 갑자기 호들갑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현대차가 처한 상황은 다른 ‘복선’을 논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환율 등의 악재는 물론 일본의 거침없는 질주와 중국의 추격, 몰락하던 미국 메이커들의 재기 움직임 등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등 미래를 좌우할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도 벌써부터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됐다. ◇“위기를 기회로”성장 잠재력 확보 나서야= 그동안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품질경영’과 ‘글로벌 경영’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은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결코 자만하지 말라”면서 직원들의 ‘정신재무장’을 촉구해 왔다. “작은 성취감에 취해 자칫 추진력이나 도전정신이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지난달 비상경영의 공식 선포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위기상황 돌파와 중장기 사업 등을 이끌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환율하락 등 경영환경 악화에 버틸 ‘대응 능력’을 구축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막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는 코리아 자동차로선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해 위기의식을 등한시하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다간 자칫 ‘성장 엔진’을 꺼뜨릴 수도 있다. 김동진 부회장은 “GM 등 과거 잘 나가던 기업들이 위기감의 결여로 인해 오늘날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하고 있는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최근의 위기를 무작정 겁내 피하려 들지 말고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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