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갤러리산책] 최혜인 '살림'

순지에 과슈와 아크릴, 70×70㎝, 2013년작

생일 아침상, 미역국 옆에 나란히 놓인 쌀밥 한 그릇 같다. 태어났음을 기뻐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축복하는 그득한 밥 한 그릇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잘 커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까지 담겨 있다. 이런 고봉밥은 역설적이게도 제사상에 똑같이 오른다. 이 세상에서의 아쉬움이 있다면 이 밥 한 그릇으로 훌훌 털어버리라는, 저 세상 가서도 배는 곯지 말라는 축원이 담긴다. 식탁에 오르는 곡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동양화가 최혜인의 최근작 '살림'이다. '살림'의 어원이 부엌데기 엄마들의 궂은일이 아니라 인간을 먹여 살리는 일임을 되새기며 붙인 제목이다. 쌀밥은 더 꾸밀 필요도 없는 것이기에 배경색을 검정으로 택했다. 작품 속 수북한 밥은 마치 먹은 힘으로 움을 틔운 꽃 더미 같고 혹은 누군가 떠난 자리에 피어오른 뭉게구름 같기도 하다. 안국동 갤러리담에서 5월3일까지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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