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8월24일 이전의 중국은 우리에게 지리적으로만 가까운 나라였다. 그러나 이날 이후 15년 동안 중국은 경제ㆍ사회 전반적으로 한국과 아주 가까운 나라가 됐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 효과에 힘입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고 중국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의 뒷받침으로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 돌이켜보면 ‘한중 수교 15년’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15년, 100년도 그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역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의 내수를 적극 공략하는 한편 한중 합작을 통한 제3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협력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5년 ‘행복한 동거’=한중 수교 이후 지난 15년간 양국 경제는 서로에 힘입어 큰 발전을 이뤘다. 중국은 수교 당시인 90년대 초 생존의 한계에 도달한 우리 제조업체들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제공했다. 또한 우리나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의 수입을 크게 확대하면서 우리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은 최소 35조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하면서 한국 경제성장에 연평균 0.46%포인트 기여했다. 또한 이 기간 한국 경제가 한해 100% 성장했다고 치면 이중 8.7%는 중국이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경제의 발전은 눈부시다. 중국은 92년 한중 수교 이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에 탄력이 붙으면서 연평균 9.8%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이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4년 만에 세계 4위의 경제 대국과 세계 3위의 무역 대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2006년 외환보유고가 개별국가로는 사상 최초로 1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조차 무시할 수 없는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 ◇한중 관계 ‘변곡점’ 섰다=그러나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한중 경제관계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이 수출 지향, 외자 유치정책에서 균형 발전, 환경 중시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가공무역 등 수출 품목에 대한 세금 우대 폐지 및 축소 ▦환경 규제 강화 ▦세무조사 확대 ▦노동자ㆍ노동조합 권익 확대 등의 조치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 산업고도화를 위해 조선ㆍ철강ㆍ자동차ㆍ석유화학ㆍ전자 등을 집중 육성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축소되는 등 위협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2003~2004년 40%를 웃돌았던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2005년 24.4%, 지난해 12.2%로 크게 둔화됐다. 또한 지난해 대중국 무역흑자는 209억달러로 2001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전년 대비 10.3%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대중 무역흑자 감소율이 20.7%로 그 폭이 더 커졌다. ◇이젠 ‘무역 틀’을 벗어나야=전문가들은 한중 경제관계가 이제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무역에 편향된 시각에서 탈피해 협력의 틀을 더 큰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원가절감형 수출 업종에서 벗어나 중국 내수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곽복선 KOTRA 베이징무역관 관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급팽창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다면 더 큰 기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과 중국의 협력을 글로벌 차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리밍싱(李明星) 중국기업연합회 국제부 부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 이뤄진다면 한중 경제협력은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시대에 맞는 협력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