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이런 때 노조 갈등이 불거졌으니…."
KB국민은행의 영업이 심상찮다.
이건호 신임 국민은행장이 공식 취임 이후 10일째 정식 출근을 못한 가운데 KB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소매금융에서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상반기 다른 은행들이 치고 올라오는 사이 가계대출 잔액은 줄었고 소호대출은 1,460억원 순증에 그쳤다.
지난해 대출을 늘린 여파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와 관치금융 논란에 이어 신임 행장까지 제대로 된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영업 일선에서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행장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올 초부터 은행을 둘러싼 이런 저런 논란으로 영업력 누수가 불가피했다"며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시기에 경영 활동에도 지장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반기 소매 영업, 죽 쒔다=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00조8,059억원으로 올 상반기 865억원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7,761억원, 우리은행은 1조4,920억원 늘었다.
소호대출도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460억원 늘어난 데 비해 신한은행은 2조2,788억원, 우리은행은 1조3,832억원 증가했다. 소매금융의 양 날개인 가계대출과 소호대출이 모두 주춤한 것.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의 영업력은 뙤약볕 아래 얼음 같은 처지다.
다만 여기에는 통계 착시가 있다. 가계대출의 경우 국민은행이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유동화 상품에 주력했고 소호대출에서는 지난해 3조7,000억원가량 크게 볼륨을 늘린 후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탓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도 최근의 영업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영업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3,446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5.7%나 줄어든 국민은행에 소매금융은 구명부표나 다름없는 탓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규모가 원체 크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장, 위기 관리 능력 시험대=은행 경영진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는 마당에 노조와의 갈등 국면이 여전해 더더욱 그렇다.
특히 노조의 강경 입장 이면에는 최근 단행된 국민은행의 임원 인사에서 주택은행 출신 인사가 편중된 데 대한 불만이 녹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행장은 이에 대해 "애초부터 출신을 따지지 않고 실력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해왔다"며 "(편중 인사) 의도가 없었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문제점은 추후에 바로잡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노조와의 갈등을 화급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인사부 및 다른 임원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노조와 대화를 하고 있다"며 "빨리 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