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쟁사 품질 보다 50% 뛰어난 제품 만들것" 냉장고 박사의 승부수

■ 910ℓ 디오스 신화 주역, 윤경석 LG전자 냉장고연구소장<br>위생 정수기 접목 성공 확신… 대용량 제품 상황따라 출시<br>지역 특성 살린 상품 개발해 빠른 시간내 세계1위 재탈환


"품질이 곧 판매입니다. 때문에 항상 경쟁사보다 50% 더 뛰어난 품질의 냉장고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윤경석(사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냉장고연구소장(상무)은 17일 창원사업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자신의 냉장고 개발철학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은 결국 소비자가 먼저 알아주는 만큼 품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윤 소장은 1989년 LG전자 입사 이후 20년 넘게 줄곧 냉장고만 연구해온 '냉장고 박사'. 그가 만든 910리터 대용량 냉장고 '디오스 V9100'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매달 1만대 이상 팔려나가며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개발자인 그의 이름을 따 '윤경석 1호'라고도 불린다.

국내 최고의 냉장고 전문가를 자부하는 그가 최근 야심 차게 내놓은 제품이 바로 냉장고에 정수기를 결합한 '정수기 냉장고'. 물론 과거에도 마시는 물이 나오는 '디스펜서 냉장고'가 있었지만 위생문제 탓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윤 소장은 물을 깨끗하게 걸러줄 수 있는 정수기를 냉장고 안에 넣는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 정수필터 하나에만 의존한 디스펜서 냉장고 역시 믿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는 존재하는 만큼 필터를 3개로 늘리고, 두달에 한번씩 헬스케어 매니저가 방문해 냉장고를 관리해줌으로써 이러한 불안요소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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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소장은 최근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국내 출시한 탄산수를 만들어주는 '스파클링 냉장고'에 대해선 "우리도 과거에 검토했던 사안이지만 기존 디스펜서 냉장고의 위생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할 것"이라며 경쟁우위를 자신했다. 또 그는 지난해까지 냉장고 용량을 둘러싸고 벌어진 삼성과의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도 "용량은 좀 더 커질 수 있으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도 계속 개발 중이고 시장상황에 맞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2~3개월 내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현재 삼성에 1위를 내준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삼성이 통일화된 글로벌 플랫폼과 빠른 공급망관리(SCM) 능력에선 강점을 갖고 있지만 냉장고는 지역마다 음식문화나 사용환경이 다른 게 특징"이라며 "각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1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소장이 요즘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 가전이다. 그는 "스마트폰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 추석 때 받은 음식이 얼마나 남았고, 어디에 있는지, 내일 반찬거리는 뭐가 보관돼있는지 등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똑똑히 기억할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드는 게 과제"라고 소개했다.

윤 소장은 '냉장고 장인'답게 평소 엔지니어들에게 냉장고 개발자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위암 발병률이 낮아진 데는 대용량 냉장고 사용문화의 정착과도 무관치 않다"며 "우리는 냉장고를 만드는 엔지니어지만 동시에 국민의 건강을 촉진시키는 '건강 지킴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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