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감원 법률구조制 '빚좋은 개살구'

선정기준 비현실적 민원인 90% 제외금융감독원이 이달부터 시행하는 '금융이용자 피해구제를 위한 법률구조제도'가 사실상 생색내기에 불과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민원인들이 금융회사와 분쟁을 겪을 경우 소송을 지원하는 공익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소송지원 대상사건과 대상자를 지나치게 제한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소송에서 지거나 1심에서 불복할 경우 소송지원을 중단한다'는 조항은 민원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원인 90% 이상이 적용대상에서 제외 법률구조제도 시행령에 따르면 소송지원 대상사건을 소송금액이 2,000만원이 넘는 사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지원대상자를 생활보호대상자 및 소송비용을 지출함으로써 생계가 곤란한 자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정한 이들 생활보호대상자 등은 증권과 은행에 여유자금을 굴릴 만한 형편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증권ㆍ은행과 관련된 분쟁보다는 보험, 특히 자동차보험 등의 상해보험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상해보험 소송의 90% 이상이 소송금액이 1,000만원을 넘지 않고 있어 금감원이 정한 소송금액 2,000만원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 지거나 1심에서 불복하면 소송지원 중단 법조인들은 이번 법률구조제도에는 민원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독소조항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은 '1심 재판결과 신청인(민원인)측이 패소한 경우 또는 일부 승소에 불복해 신청인이 임의로 상소하는 경우'에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3번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3심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변호사 선임비용 명목으로 건당 1,000만원을 소송지원한다고 하면서도 단서조항으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즉 금감원은 '신청인측의 승소로 판결이 확정된 경우 지원금액 중 회수 가능한 금액을 환수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승소할 경우 변호사 비용을 갚아야만 한다. 공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일단 법률구조제도를 시행한 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도를 차츰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도입한 목적에 의의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통제력 누수 방지 고육책(?)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주로 다루는 A변호사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통제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에 불복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률구조제도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 제도가 민원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아 금감원의 생색내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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