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아이들이 일궈낸 15만원의 기적<br>"불난 비닐하우스촌 돕자"15만원 종잣돈 삼아 쿠키 만들어 판매<br>"정성 갸륵" 성원 답지 1,200만원 모아 내복·성금 들고 장지동 이재민 방문
| 구랍 25일 홍은동 성당 주일학교 초등부 어린이들이 서초동 성당을 방문, 손수 구운 쿠키를 팔고 있다. 이들은 쿠키를 판 돈 1,200만원을 모아 지난해 10월 화재가난 장지동 비닐하우스촌의 이재민을 도왔다. /이호재기자
|
|
| 박동일<굿네이버스 기획홍보팀장> |
|
“몇 주일 동안 얼굴에 반죽 묻히면서 쿠키를 만들어 여러 성당과 엄마ㆍ아빠회사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쿠키를 팔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쿠키를 만들 때는 재미있기만 했는데 쿠키를 팔러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기특하다고 어깨 두드려 주시는 어른들도 계시고 우리 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내 열심히 노래 부르고 쿠키를 팔았어요.”-3학년 이수빈
“저희 성당 전례단은 장지동 비닐하우스촌에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 화재를 입어 마을 회관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접 구운 쿠키를 팔아서 모은 돈으로 장지동 이웃들에게 내의를 사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곳은 다른 곳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3학년 설수현
“그곳에는 할머니,할아버지,아주머니,아저씨,꼬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상하게 거기에 들어가자 마음이 찡했습니다. 우리 또래인 6학년 아이들이 별 것도 아닌 조그만 장난감에 그렇게 신이 나 노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께 투정하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6학년 이승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맡고 있는 신혜순씨는 지난해 11월초 오끌레리아 수녀로부터 장지동 비닐하우스촌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
오수녀는 “500여명의 주민이 모여 살고 있는 장지동 비닐하우스촌에 불이 나서 그 곳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오수녀는 “노인들은 비닐하우스 경로당에 모여있는데 ‘춥고 배가 고파 떡이 먹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신씨와 성당 아이들은 쿠키를 구워 팔아 장지동 주민들이 입을 내복을 사서 전달하기로 했다. 목표액은 331만원. 이재민 331명에 1만원 짜리 내복 한 벌씩을 사다 줄 수 있는 액수였다.
신씨와 아이들은 15만원으로 밀가루와 설탕을 사서 쿠키를 만들고, 먼저 홍은동 본당 토요 미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미사 중에 틈을 내 아이들이 노래도 불렀는데 반응이 좋았다.
특히 장지동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변진섭의 히트곡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를 부를 때는 신도들이 많이 울었다. 미사 참석한 거의 모든 사람이 쿠키를 사줬다.
용기를 얻은 아이들은 아빠의 직장에도 가고, 다른 성당 미사에도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쿠키를 팔았다.
특히 서초동 성당을 방문했을 때는 “어린이들의 정성이 너무 갸륵하다”며“신도들이 많이 참석하는 성탄 미사에 한 번 더 오라”고 해서 두 번이나 쿠키를 팔기도 했다.
25일까지 이렇게 모인 돈은 1,200만원. 처음 목표했던 331만원의 4배가 모였다.
신씨는 “15만원을 빌려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앞장 서다 보니까 어른들도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너무 큰 액수가 모이자 아이들은 홍은당 성당 이요셉(40)신부에게 “본당이 가건물이고 건축 준비 중인데 남은 돈을 건립 기금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신부는 이 같은 아이들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신부는 “세상 모든 신부ㆍ수녀는 성당을 안 짓는 한이 있어도 남을 먼저 돕고 싶다”며“아무리 내 코가 석자라고 해도 봉사는 우리 삶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돈을 성당 건립에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내복과 패딩조끼를 사서 성탄절에 장지동을 찾았다. 남은 돈은 비닐하우스촌 공부방 건립을 위해 기부했다.
아이들은 비닐하우스 사이에서 노래를 부르고 질펀한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장지동 주민들이 끓여준 떡국을 먹었다.
홍은동 성당 3학년 한지혜는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 이렇게 썼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갔다 오니 참 뿌듯했고 제가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다음에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러 간다면 빠지지 않고 갈거에요. 수녀님이 소원을 빌어보라고 말씀하셔서 저는 온 나라에 불쌍한 사람들이 없는 좋은 세상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성탄절 저녁, 홍은동 성당 아이들은 깨진 부스러기로만 맛 보았던 쿠키를 모두 한 봉지씩 선물로 받았다.
"봉사 통해 삶의 의미 재인식 홈페이지 접속, 참여해보세요"
박동일<굿네이버스 기획홍보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금전적인 기여 대신 몸소 자원 봉사를 하고자 한다면 사회복지법인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으로는 29개 지부를 운영하는 굿네이버스를 꼽을 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복지관 위탁 운영, 아동보호, 해외 봉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회 봉사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굿네이버스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박동일 기획홍보팀장을 만났다.
-굿네이버스가 하는 일에 대해 말해달라.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는 국내 관련 업무를, 굿네이버스 인터네셔널은 해외봉사와 북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관련업무의 경우 결식아동과 피학대 아동 보호를 주로 하고 있고, 예방사업도 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강사 교육, 치료 프로그램 개발도 빼 놓을 수 없다. 자원봉사자들은 기부를 받아 기금을 조성하는 일을 하기도 하는데 직원들이 확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방학교실 프로그램의 경우 3주 정도 진행하는데 대학생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해외봉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직장인ㆍ학생들이 휴가나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서 해외로 봉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스폰서투어의 경우 굿네이버스에서 지원하는 20개국을 선정,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네팔ㆍ 캄보디아 등을 방문해서 식수개발, 농촌계몽, 학교건립, 병원건립, 농업기술 이전을 통해 생활기반을 확충해 주고 있다."
-자원 봉사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국내의 경우 홈페이지(http://www.goodneighbors.org)에 들어가 가까운 지부에 신청하면 된다. 해외의 경우 장ㆍ단기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는데 장기 봉사의 경우 휴직자, 휴학생들이 하고 있다. 이 경우 항공료만 지원해 해외로 보낸다. 태권도사범 등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갈 수 있다."
-자원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현장에 나가서 땀을 흘리고 희생ㆍ헌신할 때 삶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나 자신의 처지를 감사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해외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마음을 열어주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 때문에 나를 감추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국의 경우 이런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식아동 지원은 어떤 형태로 하고 있나.
"쌀이 없어서 보다는 방임 때문에 결식하는 경우가 많다. 방학교실을 하는 이유는 방학 때는 쿠폰 지원도 어렵고, 현물만 전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상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등을 병행하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문화적 격차 해소를 병행한다. 그냥 아이들에게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그 것 역시 상처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학교실을 진행하면서 마주치는 현실은 어떤가.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극장과 패스트푸드점에 처음 와 봤다고 해 놀란 적이 있다. 눈 썰매장에도 못 가봤다는 아이도 있고, 이 추운 겨울에 양말도 안 신고 슬리퍼를 신고 오는 아이도 있다. 방학 프로그램을 거듭 하면서 그런 상황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