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소비가 경기변동을 주도하고 설비투자는 경기를 뒤따라가는 성격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카드, 가계대출 등 빚으로 지출을 늘리게 된 반면 기업들은 부채를 통한 과감한 투자를 꺼리게 됐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최근 경기변동의 구조적 특징`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소비가 경기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설비투자는 경기후행적인 역할을 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태가 정착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소비는 경기후행적인 성격과 함께 변동폭이 작아 성장의 진폭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1~2분기 앞서 경기변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근로소득이나 자산소득에만 의존하던 가계가 현재 소득 뿐만 아니라 미래 소득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회사의 대출행태가 바뀌고 저금리 추세에 따라 이자부담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부추겨진 셈이다. 의식주 등 필수적인 소비의 비중이 줄어들고 문화오락, 통신, 교육 등 선택적 소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의 변동성도 높아졌다.
반면 최근 극도의 침체상태에 빠진 설비투자의 경우 과거에 비해 경기전망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투자성향이 확산되면서 부채를 통한 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을 예상한 선도적인 투자보다 경기회복이 확인된 이후로 투자를 늦추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조영수 연구위원은 “기업이 최대한 투자를 지연시키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부문의 회복여부가 내수회복의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가계부실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고 가계의 재정건전성과 구매력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