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진료실에서 흔하게 하는 하소연 중 하나는 ‘아이가 밥을 너무 안먹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몇 숟갈 안뜨고 “먹기 싫다”며 온 방을 돌아다니면 엄마들은 머리 꼭대기까지 열을 받아 소리부터 지르게 된다고 한다. 밥은 아이가 생명을 이어나가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원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와 “안먹겠다”는 아이와의 전쟁은 늘 벌어진다.
그런데 밥을 안먹는 아이를 가만 살펴보면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마음에 드는 반찬이 없다거나 맛이 없어 투정을 부리는 것일 수 있다. 혹은 끼니 사이에 과일이나 과자ㆍ우유 등 간식을 과하게 먹은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라면 엄마가 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 입맛에 맞는 반찬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간식을 달라는 아이에게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간혹 다른 질환 때문에 밥을 안먹으려 하기도 한다. 입 안이 헐어 염증이 있다거나 편도선염 등으로 편도선이 부었을 때 아이에게는 먹는 것 자체가 괴로움일 수 있다. 변비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배가 더부룩하고 빵빵해져도 먹기 싫어한다. 감기나 비염ㆍ축농증 등으로 코가 막혀 음식 냄새를 잘 맡지 못해도 식욕이 떨어진다. 이 때는 원인질환만 치료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입맛이 저절로 돌아올 것이다.
이상의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의 체질을 확인해 봐야 한다. 선천적으로 비위(소화기)가 약한 아이일 수 있다. 일명 배꼴이 작은 아이다. 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작으니 다른 아이에 비해 조금밖에 못 먹는 것이다. 이런 아이는 대개 복부가 차고 팔다리에 힘이 없으며 얼굴색이 누렇고 예민한 성격에 생각이 많다. 이 때는 약한 비위의 기능을 회복시켜 배꼴을 늘려야 밥을 잘 먹게 된다.
위장에 열이 많거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만성 식체가 있을 때도 밥을 멀리한다. 위에 열이 있으면 소화기능이 원활하지 않다. 만성 식체가 있으면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빼앗는다. 이 때는 위의 열을 내려 위장활동을 돕고 체기를 내려주는 등의 치료를 먼저 해야 아이가 밥에 숟가락을 대기 시작할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없다. 하지만 먹기 싫어 죽겠는데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것은 아주 큰 고통이다. 밥을 멀리 하는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원인만 해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맛있게 먹게 될 것이다. 부모 먼저 규칙적인 식시사간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