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적, 우리 가치체계를 측정하는 것

■ 적을 만들다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열린책들 펴냄


"적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적이 없다면 (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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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의 이 같은 사유는 뉴욕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택시기사가 던진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우리에게는 적이 없다'고 한사코 부인하던 에코는 자신의 조국 이탈리아가 과거 60년 동안 제대로 된 '외부의 적'을 두지 않은 까닭에 끊임없이 서로 싸워야 했던 현실을 깨닫고, 이것이야말로 이탈리아인들에게 불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작된 사유는 마녀 사냥이나 유대인·흑인 배척으로 대표되는 역사 속의 '적 만들기'가 어떤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이뤄져 왔는지를 분석하는 단계로 이어지며, 본능적인 적의 필요성 앞에서 무력해지고 마는 우리의 도덕관념에 대한 논의로까지 뻗어 간다. 한국이 사랑하는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0여 년 동안 고전 모임·문화 행사·학회 등을 통해 발표했던 14편의 글들을 엮어 새 책을 냈다. 책에 담긴 14편의 칼럼이 다루는 주제들은 '불꽃'에서부터 '교회의 보물', '배아줄기세포', '위키리스크'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독립적이며 다채롭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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