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진화하는 특허괴물 기술한국이 흔들린다] <1> 밀려오는 특허소송에 속수무책

IV 보유특허만 3만건 "빠져나갈 구멍없어"<br>수백개 자회사통해 싹쓸이 매집 포트폴리오 내용조차 파악안돼<br>이용료 합의外 뾰족한 대책없어 기업들 천문학적 비용부담 우려



3만건에 육박하는 특허를 보유한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3자에게 특허를 넘기는 특허세탁을 통해 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삼성전자ㆍLG전자ㆍ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IV사는 지난 10년 동안 기업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망을 구축해 놓은데다 기업들은 판매금지 가처분 등을 우려해 막대한 이용료에 합의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에는 노키아 등 제조업체가 IV사로 넘긴 특허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큰 부담이다. 제조업체끼리는 여러 개의 특허가 서로 맞물려 있어 상호 특허사용, 기술이전 등을 통해 특허문제를 풀어왔지만 펀드로 넘어간 이상 기술적인 교류 없이 비싼 사용료만 물어야 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특허담당자는 "IV사가 기업들에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특허를 시장에다 팔겠다'고 위협했는데 이는 결국 3자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며 "우회소송을 통해 IV는 단 한건의 소송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명분은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소송을 통해 더 많은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으로 특허괴물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특허전문가는 "경기침체로 로열티 수입이 줄어든 특허펀드들이 소송건수를 늘리고 새로운 특허괴물까지 생겨나면서 소송의 가파른 증가세는 불가피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한해 수조원이 넘는 특허료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그 부담이 더 커지면 기술개발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세탁 통해 특허괴물 본색 드러낸 IV=지난 8월10일 픽처프레임이노베이션은 미국 일리노이즈 북부법원에 "이스트만코닥과 CDW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999만달러의 사용료를 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사용된 특허는 2001년 심플 디바이스라는 회사가 발명한 것으로 지난해 1월 Ez4Media라는 회사에 매각됐다. 두달 후 특허는 다시 비비안나리서치라는 IV의 자회사로 넘어갔다. 비비안나리서치는 지난 6월 픽처프레임이노베이션으로 특허를 양도했고 두 달 후 소송이 시작됐다. IV가 자회사를 통해 매수한 특허를 3자에게 넘겨 소송을 진행한 첫 사례인 셈이다. 나탄 마이볼드 IV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대내외적으로 "IV는 특허괴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IV는 특허를 사거나 만들어 사용료를 받는다. 소송은 단 한 건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IV가 '소송이 한 건도 없다'고 말한 것은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특허수집과 투자자 모집을 위한 하나의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 됐다. ◇수백개 자회사가 가진 특허 포트폴리오, 소송압박 시작=IV는 투자대상에 따라 크게 ISFㆍIDFㆍIFF 등 세개 펀드로 나눠진다. 세개 펀드는 다시 50개가 넘는 자펀드들로 구성돼 있고 자펀드들은 다시 100개가 넘는 셸컴퍼니(자회사)를 만들어 3만개에 육박하는 특허를 관리하고 있다. 특허괴물들은 한개 또는 몇 개의 특허로 소송을 진행하거나 기술료를 받는다. 일시불 또는 일정 기간만 특허료를 받고 계약이 끝난다. 그러나 IV는 자회사별로 특정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후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 약정한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새로운 특허 때문에 다시 계약을 맺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번 발목이 잡히면 못 벗어나게 된다.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나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 등 대형 기업들도 IV의 특허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용료 계약을 맺었다. 대기업 특허전문가는 "IV가 셸컴퍼니를 통해 특허를 분산 매집해 어떤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며 "수십개의 특허를 묶어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많아 소송에 나서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키아 IV에 278개 특허양도, 경쟁업체 압박=특허는 많이 묶을수록 강력해진다. IV사는 픽처프레임이노베이션에 특허를 넘기기 전까지 특허를 다른 회사나 개인에게 양도한 경우가 없었다. 반면 IV는 올 초까지 1,000건 이상의 특허를 넘겨받았다. 대학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기업들로부터도 받은 경우도 많다. 노키아는 스파이더내비게이션이라는 IV의 자회사에 278개의 특허를 양도했고 소니ㆍ마이크로소프트ㆍ인텔ㆍ애플ㆍ구글ㆍ이베이 등 다른 IV 주주들 중 일부도 특허를 출자한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기업들은 IV가 경쟁업체 기술로 특허료를 요구하고 나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기술을 잘 아는 경쟁업체가 IV를 통해 우회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눈뜨고 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직접 맞소송에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회 소송도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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