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종금 외환업무 양도/IMF와 최종합의 불구/업계통보않고 삭제번역재정경제원이 지난 2일 업무정지를 당한 9개 종금사의 외환업무를 다른 금융기관에 양도키로 국제통화기금(IMF)측과 최종 합의해 놓고도 이를 계속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IMF가 공개한 합의문 제18조에는 『9개 종금사의 업무는 이달말까지 정지될 것이며 이들 9개 종금사의 외환업무는 다른 금융기관으로 양도된다』(These Bank`s foreign exchange operation will be transfered to other institutions)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재경원은 그러나 각 언론사에 배포한 국문번역본에서 이 문장을 삭제한 채 번역해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지난 8일 열린 30개 종금사 부사장단회의에서도 관련 부분을 볼펜으로 지운 복사본을 배포, 참석자들이 사실확인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일 9개 종금사에 업무정지 조치를 내릴 당시만 해도 외환업무 양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재경원은 IMF와의 합의과정에서 9개 종금사의 외환업무를 타금융기관으로 이관시키기로 합의해 놓고도 이의 공개를 꺼리고 있는 셈이다.
종금사 국제업무관계자는 『외환업무를 모두 양도하라는 것은 결국 종금사 업무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처럼 중요한 내용을 합의해 놓고도 개별사에 공식통보하지 않은 것은 재경원의 직무유기』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재경원이 외환업무 양도에 따른 파장확산을 우려해 이를 감추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뻔히 합의문에 기재된 내용을 볼펜으로 지우고 번역본에서 삭제한 행위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한 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결과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재경원 자금시장과 관계자는 『IMF와의 최종 합의과정에서 9개 종금사 외환업무 양도와 관련된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종적으로 배포한 합의초록에는 이 구절이 분명히 명기되어 있어 재경원이 끝까지 관련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이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