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악성만 100조… 특단의 리스케줄링 필요하다

세밀한 타임테이블 만들고 만기·계층별 대출에 맞춰 큰 틀의 종합대책 세워야




핵폭탄급… 한국 통째로 날릴 공포 상황
악성만 100조… 특단의 리스케줄링 필요하다세밀한 타임테이블 만들고 만기·계층별 대출에 맞춰 큰 틀의 종합대책 세워야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를 통째로 뒤흔들 대표적인 위험요소다. 가계ㆍ자영업자의 부채는 1,100조원(5월 말 기준)에 육박하고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182만명)의 악성가계부채는 10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다중채무자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고령자와 저소득층의 생계비 대출이 늘고 있는 점을 들면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기로 전이되면 시장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는 '왝더독(Tail waggin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 현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연체이자 탕감을 뼈대로 한 프리워크아웃 도입, 가계부채 인수기구 설립 등의 다각도의 대책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위험을 현저하게 줄이기 위한 큰 그림의 종합대책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가계부채대책이 풍선효과를 불러와 2금융권 대출이 늘자 올 3월 2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옥죄었지만 저소득층이나 다중채무자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금융대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전반적인 자산시장, 부동산시장,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산업정책 등이 맞물린 큰 그림의 종합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가계부채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기 위한 해법을 5가지 관점에서 접근해봤다.


우선 가계부채에 대한 세밀한 타임테이블을 만든 뒤 만기시점, 대출구조, 계층별 대출현황 등에 맞춰 전면적인 범위를 다룬 특단의 리스케줄링(재조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당국이 구상 중인 해법 가운데 그나마 가장 효과가 큰 해법은 저소득층의 연체이자 탕감이다. 하지만 하우스푸어만 51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빚을 이 정도 해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자칫 '보여주기 대책'에 머물 것이 뻔하다. 금융권의 한 전직 고위임원은 "거시 경제와 부동산 경기가 더 가라앉을 경우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며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대출에 썼던 일괄 만기연장 등의 해법을 가계부채에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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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해법은 바로 '재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도 사실상 '팔 비틀기'를 하는 모습이다. 은행의 공동출자를 통해 별도 기구를 만들어 여기에서 다중 채무자를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 정도 해법으로는 경기 하강기에서 돌출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필요할 경우 재정투입을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가계부채의 재정투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밝힌 바 있다. 권 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가계대출을 줄이다 보면 저신용ㆍ저소득자 계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저신용층 가운데 상환능력이 있거나 일정요건이 되는 사람들은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에서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가계부채 인수를 위해 별도의 기구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규모나 공공성 부문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보증기금처럼 서민에 초점을 둔 신용보증기금 설립 등이 그 예다.

◇가계부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가계부채를 정밀하게 들여다 볼 통계의 일원화와 함께 정부부처의 컨트롤타워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가계부채의 통계는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당국, 통계청 등은 물론 민간연구소까지 다양하다. 어디에 방점이 찍히느냐에 따라 해석도 천차만별이다. 더욱이 가계부채를 총괄적으로 다룰 정부부처도 현재는 없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정책의 방점도 다르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대책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근본적이지는 않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5일 간부회의에서 "(가계부채 등) 미시적인 분야에 대한 대응도 금융 부문의 대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정책협력 없이는 반쪽 대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총유동성 관리,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거시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ㆍ금리ㆍ재정ㆍ부동산대책 등이 총망라돼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야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주목하다 보니 종합적인 대책이 쉽지가 않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꾸준히 가야 하는데 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신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구제책 마련할 것=저신용자만을 정밀 타깃으로 하는 별도의 구제책도 필요하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66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50만명은 3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더욱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는 큰 폭으로 늘었다. 신규 가계대출에서 연평균 소득 2,000만원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0.7%에서 지난해 4ㆍ4분기에는 14.2%로 늘어났다. 소득이 적을수록 빚에 의존해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원리금 상환 부담은 크게 높아졌다.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원리금상환부담률ㆍDSR)은 12.9%로 2010년 11.4%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다. 갈수록 파산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저신용자에 대한 정확한 대출구조를 분석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의 공동출자로 가계부채인수 기구 설립이나 연체이자 탕감, 대출만기연장 등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살릴, 특단 대책 필요=마지막으로 부동산의 거래를 살릴 추가 대책의 마련이다. 하우스푸어의 대출 규모가 5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동산거래마저 줄면서 이들의 파산압박은 높다. 더욱이 올해 1ㆍ4분기 말 총 306조5,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은 무려 76.8%다. 액수로는 235조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내년부터 '빚잔치'를 해야 하는 채무는 120조원을 넘는다. 306조원의 주택대출 중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128조원인데 전체 주택대출자의 42%에게 원금상환 시기가 임박한 셈이다. 결국 집을 처분해 금융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물론 지방재정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취득ㆍ등록세 인하 등의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요자 중심의 취득ㆍ등록세 인하 등의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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