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권위주의와 탁상행정

(朴遠培 기획특집팀 차장)『국민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지 않고 앉아서 보고를 기다리는 과거의 권위주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 김대중대통령은 22일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전대비가 없고 판단을 잘못해 선정중의 선정인 국민연금 제도가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날 국민회의도 총재단회의를 열고 일부 부처의 무사안일 행정을 질타했다. 『국민연금 문제와 한자병용 정책을 둘러싼 혼선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탁상행정을 답습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책임자 문책 등 강도높은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의 권위적 관료주의, 여기서 비롯되는 탁상행정은 金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한 목소리로 질타할 정도로 중병 수준이다. 며칠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테마파크 업체인 삼성에버랜드의 임직원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쉽게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연간 수도권 인구의 절반인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는 국내 최대규모의 놀이동산이다. 찾는 이들의 편리를 위해 에버랜드 가는곳을 나타낸 표지판은 너무 당연한 일. 그러나 멀쩡하게 붙어있던 표지판이 어느날 사라져 버렸다. 특정기업의 이름을 공공도로에 표시할 수 없다는 행정당국의 시정지시가 그 이유였다. 몇가구 살지 않는 작은 마을 이름이 별 의미없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후 에버랜드의 출구를 찾지 못해 고속도로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행정서비스의 출발은 간단하다. 국민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도로표지판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목적지를 쉽게 찾도록 서비스를 하는 이상. 그 톨게이트의 존재 이유가 대부분 에버랜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관료적 행정편의 주의는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지하철 역에 인근 대학 이름을 붙이고 길거리에 사람과 나라 이름은 길을 익히고 찾는데 도움을 주는 사례는 이들에게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객관적인 이유와 타당성은 탁상행정에서 수용되기 어려운게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공직사회다. 공무원들이 기회만 있으면 비난하고 공박하는 기업인들은 『안일한 경영으로 손실을 보는 것은 죄악이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그러나 탁상행정의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이 떠넘겨지는 「더 큰 죄악」에 대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공무원은 찾기 힘든게 우리의 현실이다. 마음만 먹으면 정부기관이든 기업이든 마음대로 낙하산을 타고 안착(安着)할 수 있고 국민이나 기업인들의 민원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권위주의와 탁상행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金대통령의 지적을 계기로 국민들의 뜻을 파악하지 않고 기다리다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탁상행정의 책임은 져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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