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업계와 시장은 “과연 대책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불안감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 정부 대책의 강도에 따라 향후 주택가격의 행보가 `급락이냐 재과열이냐`와 같은 극과 극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 중 어느 쪽도 모두 주택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각각 단기ㆍ중기ㆍ장기 대책의 순서에 처방의 수위를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기에는 시장 충격이 비교적 덜한 대책들을 내놓고, 중기ㆍ장기로 갈수록 점차 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머니게임 차단에 초첨 맞춰라 = 특히 단기정책은 검증되지 않은 새 제도 도입보다는 기존 제도를 응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초기에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택 및 토지공개념이 반영된 새 제도 도입은 되도록 장기방안으로 늦추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따라서 초기 대책은 부동산 보유세율의 누진적 강화와 같은 세제정책과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금융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철 산업연구원장도 “단기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부동산 세제 강화일 것”이라며 “이는 투기심리를 진정시켜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머니게임 양상으로 변질된 주택가격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내다봤다.
고 원장은 또 적정수준의 금리조절과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등의 적용을 통해 시중의 통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기, 불안심리 진정에 주력 = 중기정책에는 주택공급 및 서민금융확충, 주택 리모델링 활성화의 청사진을 담아 실수요자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정부의 초기대책이 수요억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에 신규분양시장 위축으로 인한 중ㆍ장기적인 주택공급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안정적 주택공급을 위한 확실한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택 공급정책이 물량위주의 대책에만 치우친다면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별 소득수준과 기존 주택의 평형별 공급현황을 파악해 수요가 급증하게 될 규모의 주택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그 동안 정부는 지나치게 소형 평형 위주의 주택공급에만 집착해왔다”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근접할수록 중ㆍ대형 주택에 대한 소요가 늘어날 것이므로 이를 고려한 주택공급이 필수”라고 내다봤다.
또 모기지론(mortgage loan) 활성화와 같은 서민주택금융시장 확충을 통해 보유세 강화 등에 따른 수요위축의 부작용을 중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영일 한국저당채권유동화(코모코ㆍKoMoCo) 사장은 “금융기관들의 예대마진축소 등과 같은 시장 현실이 모기지론 확대를 저해하고 있다”며, “모기지론이 안착할 수 있는 금융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극약처방은 장기대책으로 제시는 돼야 = 주택 및 토지공개념 도입과 같은 고강도 처방은 되도록 마지막 카드로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 사항이다. 다만 29일 대책 발표 시 명시해 밝히는 것이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강도 정책일수록 장기정책으로 미뤄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택거래시장질서에 정면으로 맞서는 극약처방에 대해선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주택 소유상한제`와 같은 반(反)시장적인 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거론되고 있는 택지개발지구내 분양가 규제 등 역시 주택공급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이들을 제외하고 나면 정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강도 카드는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제도의 응용이나 주택거래허가제도 적용 등으로 범위가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