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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노선에서 운임인상 계획을 발표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미주 노선에서도 운임을 35~40% 올리기로 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태평양 운임 협의체인 태평양항로운임안정화협정(TSA)이 최근 발표한 권고안에 따라 아시아~미주 항로의 운임을 오는 5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우선 다음달 15일까지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00달러를 인상한 뒤 5월부터 다시 같은 노선에서 500달러 인상한다. 두 달 동안 1FEU당 총 800달러를 올리는 것으로 현재 부산과 LA노선의 운임이 1FEU당 1,900달러 전후로 알려진 만큼 약 35~40% 인상하는 셈이다. TSA는 태평양 항로를 운항하는 업체들의 협의체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비롯해 글로벌 선사 15개 업체가 속해있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운임이 워낙 많이 하락하고 업계의 채산성이 어려워지다 보니 TSA가 미주 노선 인상계획을 발표했다"며 "TSA의 운임인상안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non-binding) 권고안 수준에서 인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5월1일 인상안은 미주 항로의 기본 연간 계약에 적용하는 가격인 만큼 올해 글로벌 주요 선사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는 일반적으로 유럽항로는 분기마다 한번, 미주 노선은 5월1일부터 4월30일을 한 주기로 연간 한차례 계약을 실시한다.
다만 업체들의 이 같은 시도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복진만 SK증권 연구원은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미주노선 연간 계약 당시 1FEU당 400달러를 올리기로 했지만 당시 시장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올해는 그동안 운임이 하락해 선사들의 상황이 극심한 만큼 인상안이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만 업체들의 협상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미주노선 운임 인상 계획 발표에 앞서 지난달 유럽 노선에서도 오는 3월부터 1TEU당 각각 700달러와 780달러를 인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운임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매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과 미주 항로에서 운임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국내 선사뿐 아니라 세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도 1TEU당 775달러 올리기로 한 것을 비롯해 하팍로이드ㆍ에버그린 등 주요 업체들도 유럽노선에서 1TEU당 700~900달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운임의 약 70% 내외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운임이 지난해 크게 하락하고 해운선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다만 수출 수입 물량이 많지 않은 기업들에는 최근의 운임인상이 부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달 내 화주업체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하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상하이발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초 1,100포인트 수준에서 지속 하락해 지난 13일 기준으로 965.23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