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24일] 아스팔트를 걷어내자

지난주 말 가족과 함께 서울에 있는 한 고궁을 찾았다. 가족끼리 기념할 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고궁을 가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 속에서만 생활하다 울창한 나무와 고색창연한 건축물을 접하니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고궁의 주요 광장과 길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궁의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뜨거운 열기까지 내뿜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이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우리의 옛것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고궁 안팎의 광장과 크고 작은 길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과거 개발연대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아스팔트 길이 전국에 있는 주요 사찰과 문화재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은 사람과 차가 다니기에는 편하지만 땅으로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 땅이 숨을 쉴 수 없다. 이는 주변식물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만큼 아스팔트는 겉보기에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한다. 특히 이러한 모습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관광지를 찾은 외국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스럽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외국인 방문객 수는 8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도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012년 개최될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제적인 회의가 예정돼 있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궁이나 사찰을 찾은 외국인들이 아스팔트를 보고 무슨 느낌을 받을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하다. 지금이라도 고궁이나 사찰 등 옛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아스팔트를 빨리 걷어냈으면 한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스팔트를 약간의 편이성 때문에 굳이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올림픽이나 월드컵를 개최하면서 도시환경 및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번에는 아스팔트를 걷어내 외국인에게 자연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