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저축은행의 고유 무대나 다름없던 전세자금 대출시장에 잇달아 진출하자 저축은행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ㆍ우리은행 등 은행권이 잇달아 낮은 금리를 내세워 전세자금 대출시장에 진출하자 저축은행 업계는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까지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시장 고객군의 신용등급은 1등급부터 7등급이 대부분으로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타깃 시장이 겹치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는 은행의 공세에 크게 밀려날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11.5~13.5%인 것을 비롯해 저축은행의 금리 수준은 대부분 두자릿수다. 제일저축은행은 최고 1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농협과 우리은행은 각각 6%대와 7%대의 금리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타깃 고객군이 상당 부분 겹치고 있어 은행권이 빠른 속도로 전세자금 대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은 7등급 이상 고객에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저축은행의 고객군 중 대부분이 7등급 이상이다.
예를 들어 토마토저축은행은 6등급 고객에게 14% 금리를 받고 있는데 시중은행은 같은 고객에게 7%대의 금리를 적용한다. 게다가 저축은행은 대부분 대출할 때 고객에게 1~2%의 취급 수수료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융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PF대출 시장이 막히면서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전세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시중은행이 뒤늦게 가세해 저축은행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리스크 부담 때문에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 앉아서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중은행은 서울보증보험에 보증 수수료를 내고 유사시에 대비해 전세대출금에 대한 100% 회수 장치를 갖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전세금 대출 리스크를 혼자서 떠안아야 한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금을 담보로 잡는다지만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집이 아니고 채권이기 때문에 채권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상당수 저축은행은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4월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전세대출의 위험자산 가중치를 100%에서 50%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후 전세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위험자산 가중치를 낮추면 위험자산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여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