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4월 24일] '녹색 뉴딜' 만병통치약 생각 말아야

건설산업연구원 박성민 연구위원

한국의 녹색뉴딜은 미국의 뉴딜정책을 표방하면서도 녹색이라는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뉴딜정책, 즉 건설 및 인프라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을 녹색이라는 테마로 살짝 포장한 것일 뿐이다. 친환경과 관계된 ‘녹색(green)’이라는 단어는 선진국에서도 사용하고 있지만 효과가 검증된 바 없을 정도로 리스크가 존재한다. 선진국의 경기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은 에이즈 환자에게 다양한 약을 동시에 처방하는 칵테일 요법과 같이 다양한 정책들이 혼합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녹색뉴딜은 건설, 인프라 투자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그 차이다. 지난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뉴딜정책은 재정 확대 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들의 혼합체로서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한 정책이었다. 대공황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은 확대 재정정책보다는 미시적 산업 정책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뉴딜정책은 사회 빈민 구제 정책, 환율 정책, 노동조합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정책, 금융정책, 산업구조 조정정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사회 빈민 구제 정책을 이들 정책 중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빈민과 실직자 구제를 위한 법안들은 현재 미국의 사회보장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테네시강 유역 토목공사로 대표되는 확대 재정정책은 일자리 창출이 저임금ㆍ미숙련 노동자에 집중되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였으며 규모가 크지 않아 대공황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한 이를 모방한 지방 정부의 대규모 토목공사도 비용ㆍ편익을 분석한 경제적 결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정책은 사회복지나 산업구조조정ㆍ금융정책 등의 분야에는 무관심하다. 정부는 확대 재정정책인 녹색뉴딜정책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회복지ㆍ산업정책 또한 균형감 있게 수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체질 개선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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