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푸젠(福建)A형`독감. 독감은 고열과 두통, 관절통 등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폐렴과 심장병을 일으키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어 노약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럼 올 겨울에는 과연 독감이 창궐하고, 백신을 맞으면 안전한가. 한 마디로 말하면 백신 접종을 받더라도 2명중 1명 꼴로 독감에 걸릴 수 있으며 현재 유행하거나 예상되는 `독감 폐해`의 상당부분은 과장되어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살인독감`이라는 표현이다.
을지대학병원 한민수(호흡기내과ㆍ042-259-1207) 교수는 “올 초 사스의 여파로 국내에는 예년보다 많은 1,500만명 분의 독감백신이 공급됐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바이러스와는 달라 백신의 실제 예방효과는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보건원과 감염내과 전문의 등도 푸젠 A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올 겨울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독감 바이러스균과는 달라 백신의 효과도 일반적인 독감백신의 예방효과(70%)보다 낮아 5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접종을 받았더라도 2명중 1명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다.
한민수 교수는 “독감은 전염이 매우 잘 되는 질환이므로 어린이나 노약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면서 “평소 휴식과 따뜻한 실내온도 유지,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해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운동으로 호흡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기 중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유입되고, 차가우면 기도내의 바이러스가 잘 증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감이 유행하고 있을 때는 예방접종보다는 개인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아침ㆍ저녁, 외출 후에는 양치질을 반드시 하고 손을 자주 씻어 주어야 한다.
고대의대 박승철 교수는 “독감은 초기 이틀이 가장 중요한데, 이틀 내 치료약을 먹고 술ㆍ담배 등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전문가들은 독감은 호흡기보다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환자가 만졌던 물건을 접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만성질환을 앓는 노약자라면 독감 예방접종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독감 예방의 첫 걸음은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해열제 함부로 쓰다간 큰코”
독감은 바이러스질환이기 때문에 일반 감기나 폐렴처럼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대신 항(抗)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하는데 이상증상 발생 뒤 48시간 내 투여하면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충분한 휴식과 수분 공급, 규칙적인 식사 등을 적극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을지대학병원 한민수(호흡기내과) 교수는 몸에 열이 나는 것은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는데 필요한 생리 현상이므로 극심한 경우가 아니면 해열제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독감 증상이 있는 아이에게는 아무리 열이 나더라도 전문의의 자문 없이 아스피린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 라이씨 증후군(Rye syndrome)이라는 간부전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리면 기관지 손상을 받고 이로 인해 이차적으로 세균감염이 일어나 폐렴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독감이 회복될 즈음에 다시 열이 나고 기침, 누런 가래가 생기면 2차 감염에 의한 폐렴을 의심하여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합병증으로 세균성 폐렴, 탈수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울혈성 심부전증이나 천식, 당뇨 등 기존에 앓고 있던 만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합병증으로 부비동염과 중이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노인과 만성 질환이 있다면 중대한 합병증을 부를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
독감 백신은 계란에서 균을 배양해 만들기 때문에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생후 6개월 이하인 아기는 접종효과가 미미한 대신, 부작용으로 발열이 흔하므로 접종 받지 않는 게 낫다. 임신부는 임신 4주 뒤부터 맞을 수 있다.
독감이란
독감을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감기와는 다르다. 감기에 걸리면 주로 코와 목이 따끔거리면서 아픈 반면, 독감은 온몸에 증세가 나타난다. 1∼3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38도가 넘는 고열에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져서 두통ㆍ근육통이 오고 눈이 시리면서 아프기도 한다.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도 감기와 다르다.
주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콧물이나 인두분비물로 오염된 물품 등으로 전염되며 학교ㆍ대중 교통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개인적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도 크다.
이 병을 일으키는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뉘며 각 형마다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변이를 통해 약10∼40년 주기로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그 중간에 2∼3년 주기로 유행한다.
20세기 들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경우가 4차례 있었는데 1918년 스페인, 1957년 아시아,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한 독감은 전 세계로 퍼져 각각 2,500만명, 100만명, 70만명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날씨가 춥고 건조한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주의해야 한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