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외국인 채권 매집' 대책 마련 나섰다

정부 "특정종목 집중땐 재발행 통해 유동성 늘려 시장왜곡 방지"<br>정책효과 제한 부담 덜기위해 내년이후 만기채권 조기상환 추진



정부가 외국인 채권 매집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왜곡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가채무관리계획'에서 특정기관이 특정종목의 국고채를 집중 매입해 시장에 영향을 줄 경우 해당종목의 재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해 시장 왜곡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장 시장에 왜곡을 주는 특정 국고채의 매집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적 거래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단기물을 중심으로 치고 빠져나가는 재정거래로 시장의 쏠림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을 보다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우리 국고채의 장기물을 사들인다면 긍정적이지만 단기매매 등으로 가격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시장에 계속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올 들어 국고채 21조원 순매수=올 들어 외국인의 국고채 쇼핑은 전체 채권 순매수의 36.2%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은 지난 9월 말까지 장외채권시장에서 58조5,000억원의 채권을 매수했고 그중 21조2,000억원을 국고채에 쏟아부었다. 9월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현황을 만기별로 보면 3년물이 5,540억원, 5년물이 1조180억원, 10년물이 6,110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고채 쇼핑은 시중금리 하락은 물론 환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도 밀려드는 외국인 자금으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4.6%에서 출발한 국고채 4년물 금리는 8일 3.29%로 하락(채권 가격 강세)했고 5월 1,250원까지 상승했던 환율은 1,120원대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외국인 채권 통화정책 유효성 떨어뜨려=외국인의 채권투자 확대는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나온다. 최근 한은 국제연구팀이 내놓은 '외국인 채권투자의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는 "외국인 채권투자 급증은 장기금리 하락을 통해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간 연계성을 떨어뜨림으로써 통화정책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특히 "채권투자자금 유ㆍ출입의 경기순응적 특징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기에는 대규모로 유출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경기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시장 가운데 좋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 자금은 통화 당국이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방해요인이 되는 한편 경기하락기에는 일시에 빠져나가며 시장금리를 올려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국제투자자자금의 변동성이 주식보다 채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채권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디레버리징 발생시 충격이 커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2011~2014년 만기 도래 국고채 조기상환=정부 입장에서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은 양날의 칼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고 장기물을 중심으로 늘어난다면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거래가 자칫 우리 경제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최대한 억제해 달러 유입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을 순화시킬 방침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방법 중 해외 유동성 유입을 억제하는 불태화개입(sterilization)을 사용하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 외화표시 외평채를 올해 절반 수준인 1조2,000억원만 순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굳이 외평채를 발행해 달러를 들여와야 하는 일이 없다면 이도 발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외평채를 계속 줄여 오는 2013년에는 순발행 없이 차환 수요에만 대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고채 만기 장기화 및 분산을 통해 차환위험을 관리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국고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행이 늘어 만기가 2011~2014년에 집중된다. 올해 11조5,000억원인 만기 도래 국고채는 내년에 39조3,000억원, 2012년 47조8,000억원, 2013년 33조4,000억원, 2014년 58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물가연동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장기채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예산상 국채 발행한도를 초과한 바이백(buyback)용 국고채를 발행해 조기상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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