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책자문그룹 뚜껑이 열렸다. 박 전 대표의 자문에 응해온 전문가 그룹 인사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전문가 그룹을 여럿 두고 시시때때로 각종 현안을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이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자문에 응한 인사들도 쉬쉬해와 자문그룹의 구체적인 명단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자문에 응해온 당사자들도 본인을 제외하고는 누가 자문에 참여하는지 알지 못했다. 27일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명단에는 그동안 감춰놓다시피한 자문단이 일부 나타났다. 발기인 참여자 78명 중 학계 인사의 경우 소속대학으로 박 전 대표의 출신대학인 서강대가 많았다. 연세대도 비교적 많았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낸 고려대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분야별로 보면 산업ㆍ무역ㆍ경영(12명), 외교ㆍ안보(10명)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다. 박 전 대표가 스스로 경험이 부족한 실물경제를 보강하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정세 및 남북관계를 감안, 외교ㆍ안보 자문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표는 거시금융 분야를 맡아 이목을 끌었다. 대권 주자로서 복지를 포함, 모든 분야를 넓은 범위에서 조망하기 위해 선택한 분야라고 한다. ◇김광두 교수 등이 주축=이날 행사자의 헤드테이블에 박 전 대표와 앉은 5명은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어가는 동시에 박 전 대표의 전문가 측근이라고 할 만하다. 우선 박 전 대표 바로 왼쪽에 앉은 김광두(63)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을 맡았으며 박 전 대표의 대표적인 정책 브레인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표의 '줄ㆍ푸ㆍ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면서 장애인 복지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 오른쪽에 앉은 조대환(54) 변호사는 경북 출신으로 2004년 서울고검 검사를 지냈다. 2009년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다뤘던 특별검사팀의 특검보로 있었다. 그 옆에 앉은 신세돈(57)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8년 박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조언했다. 그는 올해 한 강연에서 '경제성장률과 실물경제는 별개' '올해 성장은 지난해 고환율의 수혜'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한구(65) 한나라당 의원은 당내 친박근혜계이면서 정책에 대해 자기 소신이 강한 인물이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서는 재정복지 분야를 맡아 '박근혜 복지론'의 구체적인 구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재(64)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99년 세계노년학회 아시아ㆍ오세아니아지역 회장을 맡는 등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복지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박 전 대표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에도 참여했다. 홍보 분야를 담당한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이사는 제일기획 출신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다. 2008년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 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인사도 참여=노무현 정부나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함께 일한 인사들도 눈에 띈다. 윤병세(57) 김&장법률사무소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차관보, 대통령 외교안보 수석으로 일했다. 안명옥(54) 포천중문의과대 교수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17대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가 18대 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최외출(54) 영남대 대외협력부 총장은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영남대에 입학해 현재는 지역 및 복지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스터디그룹인 5인회의 멤버기도 하다. 그는 영남대 박정희리더십연구소장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과학대통령-박근혜의 리더십'을 공동 집필했다. ◇게임회사 CEOㆍ인기 프로듀서 등 이색경력도=이날 발기인 가운데 한 명인 김병기(47) 애플민트 홀딩스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벤처1세대다. 서강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일한 그는 1997년 게임회사 지오인터랙티브를 창업해 미국 등에 수출했다. 인맥만 1만여명에 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화예술사회 분야의 고학찬(63) 윤당아트홀 관장은 1970년대 라디오 시대 인기프로인 '손오공'을 만든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이다. ◇철저한 비공개 두 번째 정책 발표 예정=이날 행사는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여느 행사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평소 박 전 대표를 따라다니는 지지자들도 오지 않은데다 초대 받은 발기인 외에는 일절 행사장에 들여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청대상 발기인 65명 중에서도 대권 행보에 함께한다는 인식을 꺼린 때문인지 17여명은 불참했다.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과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제외하고는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활동을 당부했으며 본인을 '연구원'으로 칭하면서 대선 캠프로 보는 시선을 경계했다. 한편 당에서는 '박근혜 복지론'의 재원 마련이 없다고 비판한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유일하게 화환을 보냈다. 한편 이날 발기인 등은 5만원씩 참가비를 냈으며 이는 '투명한 정치'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국가미래연구원 등의 조언을 토대로 조만간 또 한 번의 정책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