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업체들 내달 중순께 10%인상 불가피 요식업소는 배추ㆍ김치 구하러 주유천하 할인점 김치 판매대 오후만 되면 텅 비어 배추 파동으로 속앓이를 하던 김치 제조업체를 비롯해 외식 등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공개적인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내부적으 로는 이미 가격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식품 업계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드는 이유는 연말까지 배추 가격의 안 정이 요원하다는 판단과 가격 인상 외에 뾰족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상황 때문이다. 어찌됐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나 외식 물가 상승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한 것이다. 메이저 김치 업체의 한 관계자는 “팔면 더 손해 보는 상황이 지속되 고 있어 더 지켜보기 힘든 국면까지 왔다”며 “인건비 절감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중 국산 배추를 쓸 수도 없지 않느냐”며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의 가능성을 토로했다. ◇포장 김치, 가격 10% 일괄 상승할 듯=당장 김치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10월경 10%가격 인상 방침을 정해 놓고 발표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다. 누가 먼저 나서서 총대를 메주기 를 바라는 모양새다. 이번에 김치 가격을 올리게 되면 지난 상반기 6~8%인상에 이어 1년에 두 번 가격을 올리는 셈이 된다. 대상 FNF의 종가집 관계자는 “1만3,000~1만5,000원 하는 배추 1포기의 무게가 2kg 정도인데, 2.5kg짜리 포장김치의 가격이 1만3,700원이라 사실상 적자를 보고 김치를 파는 셈”이라며 “가격 인상을 해야 할 요인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배추뿐만 아니라 마늘, 무우, 생강 가격이 다 올라 비빌 언덕도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대상은 10월부로 김치 가격을 10%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하선정 김치를 만드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동원F&B 등도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판매가 격을 10% 인상키로 중지를 모았다. 사실상 빅4가 담합에 가까운 인상을 단행하는 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들어 8월까지 누계 매출이 20% 올랐는데, 수익은 되레 악화됐다” 며 “연말까지 가격이 계속 고공 비행할 것으로 예상돼 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외식업체들 “반찬에서 김치 빼”=발등이 불이 떨어지기는 외식업체도 마찬가지다. 김치를 빼고 가격 오름폭이 덜한 반찬으로 메뉴를 바꾸고 있다. 사실상의 가격 인상 조치다. 예컨대 놀부부대찌개 등을 운영하는 놀부는 배추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덜한 버섯류 등으로 찬을 꾸리고, 한국본갈비는 단무지, 깍두기 등을 테이블에 내놓을 예정이다. 아워홈은 자사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의 경우 김치를 일괄 지급하지 않고 고객이 직접 먹을 만큼만 덜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새마을식당 관계자는 “주메뉴 김치찌개의 주 원료인 배추김치(찌개용,10kg 기준)를 1만7,000원대에 구입해왔는데 최근에는 5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메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도 죽을 맛=천정부지로 뛴 배추값 때문에 야기된 김치물량 부족의 불똥은 유통업체로 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포장김치와 즉석김치 매대에서는 매일 오후만 되면 물량이 전부 동나는 상황”이라며 “바로 버무려 파는 즉석김치는 현재 100g에 760원인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어 조만간 값을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종가집 등 주요 김치 생산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유통업체들은 “포장김치 값도 이에 맞춰 인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추값 강세는 월동배추가 나오는 1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물량 들여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만큼 당장 바이어들 모두가 물량 확보에 동원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근본대책 마련 시급=문제는 배추 파동의 직격탄을 피할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하면 원재료의 질을 낮춘다든가 하는 원시적인 대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가격 인상 카드 외에는 배추 확보에 더 열심히 뛰는 정도다. 놀부의 경우 기존에 구매하던 원산지인 강원 외에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을 찾아 다각도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참에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채소의 작황이 기후 변화 등으로 예년에 비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농후해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상 FNF 관계자는 “정부가 품종개발, 저장 기술 개발 등에 나서는 연구소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작황이 좋을 때 많이 사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지금 같은 시기를 무난히 이겨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성기자kojj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