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여권 밀입국혐의…"나는 김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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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은 김정남(金正男ㆍ29)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1일 위조여권으로 일본 나리타(成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가 일본 법무 당국에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교도(共同) 통신은 이 인물이 자신을 '김 위원장의 장남'이라고 시인했다고 일본 공안당국을 인용, 보도했다.
그는 1일 오후 3시 싱가포르발 일본항공(JAL)편으로 나리타 공항에 도착, '팡 시옹'(Pang Xion)이라는 이름의 도미니카 여권으로 입국 심사를 받았으나 위조 여권인 것으로 밝혀져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30ㆍ33세의 여성 2명과 아들인 듯한 4세의 어린이를 동반했다.
일본 출입국 관리들은 여권에 기재된 생년 월일이 1971년 5월 10일로 김정남과 일치하는 데다 얼굴도 똑같았으나 처음에는 자신을 "관광차 입국한 한국인"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여권으로 지난해에도 두 번이나 일본에 입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들은 이바라키(茨城)현의 수용시설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나, 조만간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추방 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다카나와(高輪) 프린스 호텔에 머물고 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이를 긴급 보고했으며, 관계관들을 소집해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다.
일본의 한 방위청 관계자는 "김정남이 북한에서 컴퓨터 개발 관련 조직의 책임자로 있는 점으로 미루어 도쿄의 전자 상가에서 소프트 웨어 등을 구입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 위원장과 전처 성혜림(成蕙琳)씨 사이에서 태어나 1997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0년 스위스 제네바, 81년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서 유학하는 등 해외에 주로 체류했으며, 싱가포르도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황영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