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70조원의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퇴직연금시장을 선점하라.’
오는 12월 퇴직연금제도 실시를 앞두고 은행ㆍ보험ㆍ증권ㆍ투신 등 수탁금융기관들이 시장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16일 퇴직연금 시행령이 발표되자 각자 퇴직연금시장의 최대 수혜자는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상품개발 및 시스템 구축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은행ㆍ보험사=보험업계는 확정기여형(DC형)보다 확정급여형(DB형) 위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제도도입 초기에 시장을 장악할 방침이다.
박상래 보험개발원 본부장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기존에 보험사가 판매 중인 퇴직보험과 유사한 상품이며 퇴직보험ㆍ신탁시장은 보험업계가 85%를 점유하고 있다”며 “초기에 퇴직연금시장은 보험업계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보험사들은 이미 전담팀을 구성해 보험개발원과 함께 상품개발 및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국민ㆍ우리 등 은행들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보험ㆍ증권사와 차별화한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황경문 국민은행 신탁팀장은 “이미 외국의 제도시행 사례를 연구하고 국내에 어떻게 도입될 것인지에 대해 연구를 벌여왔다”며 “퇴직연금제도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에 연금상품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또 앞으로 퇴직연금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 법정 퇴직금이 유지되기 때문에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가입자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ㆍ투신운용사=자산운용협회와 각 운용사,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올초 퇴직연금 시행에 대비해 TFT를 구성했다. 그러나 은행과 보험사의 영업망을 뚫고 경쟁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다.
퇴직연금은 크게 ▦자산관리 ▦운용관리 ▦상품제공 등의 역할로 나눠지는데 자산관리는 은행과 보험만 할 수 있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운용관리와 상품제공만 할 수 있어 증권사는 운용관리, 운용사는 상품개발 쪽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운용사들은 모회사가 대부분 은행과 증권ㆍ보험사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더 좁은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팀장은 “은행과 보험사는 주거래은행ㆍ퇴직보험 등을 통해 오랜 기간 기업과 거래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퇴직보험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증권사는 은행ㆍ보험과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찾아야 하고 운용사는 좋은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와 운용사가 어렵게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영업은 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이제 퇴직연금제도의 큰 틀과 인프라 작업이 이뤄진 만큼 상품개발은 구체적인 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서현우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개발팀장은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틀은 4월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며 “퇴직연금 상품은 표준약관이나 심사기준 등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연말쯤에나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