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 상정 보류 방침으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사실상 무산되자 시민단체와 학계, 네티즌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친일ㆍ반민족법 통과 무산에 대해 `역사적 진실규명에 찬물을 끼엊는 꼴`이라며 정치권을 강력히 성토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28일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진상규명위에 조사 권한도 없고 활동기한이 3년으로 제한되는 등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하더니 결국 국회 통과마저도 무산됐다”며 “이제 민간차원의 역사규명이 물 거품 됐다”고 성토했다.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도 이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은 민족적 수치” 라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국회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윤경로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는 “당리당락과 개인적 이유로 역사적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피하는 행위는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공간도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네티즌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진행하고 있는 한 인터넷 투표에서는 무려 91%의 네티즌이 이번 특별법 무산 위기의 원인으로 `친일 혐의자 또는 우호세력의 조직적 방해`를 꼽았다. 국회 홈페이지에는 한 네티즌이 “국회의원 숫자 늘리는 데는 번개같은 사람들이 민족문제는 `나 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석근`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과거를 해명하고 화해를 하자는 것”이라며 “친일청산을 못하고 굴욕의 역사를 살아가는 국민들과 애국지사들의 영혼을 생각이나 해 봤느냐”며 탄식했다.
한편 이번 임시국회는 사실상 16대 마지막 국회이고 오는 2일 본회의를 끝으로 폐회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날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사실상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이날의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