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T 자회사 직원 2,900억 대출사기] 시험대 오른 황창규 리더십

기강잡기 와중 돌발 악재

조직개편 등에 영향 클듯


KT ENS 부장급 직원 김모씨의 거액 횡령 잠적사건으로 황창규(사진) KT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씨가 수년 동안 적발되지 않은 채 인감과 서류 위변조로 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은 내부직원 통제 시스템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직원 기강이 서 있는 회사에서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을 받는 과정은 회사에서도 철저하게 체크한다"며 "액수도 크고 수법도 치밀한 것으로 보여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출과정에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팀장·부서장·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결재가 반드시 이뤄지게 돼 있고 회계팀의 감시망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지적의 근거다. 실제로 KT ENS 측은 금융권의 문의를 받은 뒤 사건을 인지했다. 심지어 KT ENS 관계자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 "김씨가 해당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어 우리도 의아하다"고 했을 정도다. 계열사가 늘어나는 등 그룹의 몸집이 커졌지만 그에 걸맞은 내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사건이 또 잠복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횡령금액이 수천억원대에 달해 황 회장을 비롯한 KT 본사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황 회장이 KT 그룹 전체의 내부 윤리기강을 다잡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건 와중에 사건이 터져 KT 본사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KT 그룹 조직개편과 계열사 대표 인사에 사건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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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KT는 지난 2012년에도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5개월간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폰번호·요금제 등 총 10종의 개인정보가 털렸지만 당시 KT는 이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내용은 다르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이번 사건과 비슷하다.

악재는 이뿐이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KT의 유선통신 매출감소와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를 문제 삼아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차입금의 이자가 올라간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등급하락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KT에 대한 금리가 1%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 1%가 올라도 수년의 상환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들여올 자금의 추가 이자부담만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래저래 황 회장으로서는 미래를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과거의 악재부터 풀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이래저래 황 회장으로서는 미래를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과거의 악재부터 풀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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