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윤경(24·SBI저축은행)의 18번홀(파4) 세컨드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 볼은 왼발이 낮은 경사지 러프에 멈춰 섰다. 신중하게 친 칩샷은 홀을 3.5m나 지나쳤다. 공동 선두인 허윤경이 1타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회심의 파 퍼트를 집어넣었다. 거의 같은 시간 17번홀(파3)에서 플레이 한 공동 선두 김하늘(26·비씨카드)이 3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면서 승부의 추는 허윤경 쪽으로 기울었다.
허윤경이 마침내 시즌 첫 승의 문턱을 넘었다. 허윤경은 1일 경기 이천의 휘닉스스프링스CC(파72·6,45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7언더파 65타(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적어냈다. 2위 김하늘을 2타 차로 제친 그는 지난해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여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유독 준우승이 많았던 허윤경은 최근 2개 대회에서도 잇달아 정상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주 전 타이틀 방어에 나선 우리투자증권 대회에서는 첫 번째 연장전에서 어프로치 샷을 어이 없이 짧게 치는 실수로 우승을 김세영(22·미래에셋)에게 넘겼고 지난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4강전에서는 연장전 끝에 김하늘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날 2라운드까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에 자리했던 허윤경은 이날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허윤경에 1타 앞선 공동 2위로 시작한 김하늘도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후반 들어 14번홀까지 김하늘과 나란히 2타씩을 줄인 허윤경은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김하늘과 동률을 이뤘다. 17번홀에서 2m 가량의 쉽지 않은 파 퍼트를 성공시킨 허윤경은 마지막 홀에서 천금 같은 파 퍼트로 1억2,000만원의 상금을 받아 시즌상금 1위(2억4,429만원)가 됐다. 김하늘은 17번홀 보기로 힘이 빠진 듯 마지막 홀에서도 1타를 잃어 2타 차 2위로 마쳤다.
장하나(22·비씨카드)는 공동 3위(9언더파)로 대회를 마쳐 상금 2위(2억1,985만원)로 한 계단 밀렸다.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백규정(19·CJ오쇼핑)과 고진영(19·넵스)도 나란히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허윤경은 "프로 5년차인데 그 동안 준우승을 7차례나 했다. 매우 기쁘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많은 승수를 쌓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