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영업정지 최대한 빨리 끝내야


"월요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참으로 답답하고 억울합니다."

서울경제신문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던 보험사 텔레마케터(TM)가 3일 다시 연락을 해왔다.


당장 오늘부터 일을 못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당국은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TM들은 기본급은 적고 성과급 비중이 높아 고용이 유지되더라도 평소 대비 절반 이하의 수입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 보험 분야만 적게는 3만, 많게는 10만 가까이 되는 TM의 밥줄이 끊어진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두말할 필요 없이 금융 당국의 욕심 탓이다. 과도하게 반응하는 카드사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청와대의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채널 전면 영업정지라는 극약 처방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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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TM들의 생계를 철저히 무시한 조치다. 이번 기회에 불법 개인정보 유통을 뿌리 뽑겠다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매달 100만~200만원 벌어서 사는 이들에게 정부 시책이니 2달은 사실상 실직 상태로 지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과격하다.

당국도 머쓱했는지 한발 물러서고 있다. 그러나 무리수에 무리수만 더해지는 꼴이다. "TM들의 고용과 급여를 보장하라"거나 "대면영업으로 돌려라" 같은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 쏟아지는 탓이다. 다른 것은 제쳐 두고 '무노동 무임금'은 원칙 중의 원칙 아닌가.

해법은 하나다. 영업정지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당국도 검토하고 있다지만 이를 가능한 한 앞당겨야 한다. 단계적으로라도 영업재개를 빨리해야 한다. 사고를 친 금융사도 영업을 하면서 검사를 하면 된다. 횡령사고가 난 국민은행도 그러지 않았나.

기자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지난 2011년 8월에 있었던 신한·농협의 가계대출 전면중단 사태가 떠오른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라는 금융위원회의 압력에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하지 않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일 말이다.

이번 사태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하루속히 영업정지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TM들이 살고 시장원리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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