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제 갈길로 가다

제3보(18~33)


아마추어라면 백20으로 24의 자리에 슬라이딩하는 착상부터 했을 것이다. 실상 그렇게 두어도 백이 불리할 것은 없다. 포위된 백 한 점을 싹싹하게 포기하고 선수를 뽑아 우하귀를 가로 움직이면 실리로는 오히려 백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최철한은 좌변의 백 한 점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백20으로 움직였다. 상대방을 완전히 빈 껍데기로 만들겠다는 배짱이다. 흑21, 23은 절대수. 여기서 최철한은 10분을 생각하고 24로 젖혔다. 역시 절대수였다. 참고도1의 백1로 얼른 차단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된다. 흑이 2로 차단하는 수가 있는 것이다. 백3으로 돌파를 시도해 봐도 흑8까지로 도리어 백이 잡힐 뿐이다. 여기서 창하오는 15분을 쏟아부었다. 고분고분 ‘나’에 잇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그가 장고하는 동안 사이버오로 해설실의 서봉수9단은 가상도를 대여섯 개 제시하고 있었다. 그 가상도 가운데 하나가 참고도2의 흑1 이하 7이었다. 이것이라면 좌변의 백 5점이 모조리 잡히므로 백이 돌을 던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스스로 만든 가상도를 허물며 서봉수가 하는 말이다. 참고도2의 백2로는 5의 자리에 얼른 넘을 게 뻔하다. 결국 쌍방이 제 갈길로 갔다. 흑33까지. 최철한은 좌하귀의 실리를 내주는 대신 공격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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