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책을 들고 나온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3개 카드사 고객을 포함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카드사 사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경제부총리까지 사퇴 요구를 받는 비상상황 아닌가.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과 2차 피해 우려를 이유로 금융회사 영업·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단시킨다면 '범죄행위'로 간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잉대응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당국도 요청이라는 꼼수를 쓰지 않았나. 시장을 무시한 '초법적 긴급조치'는 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전화 등을 이용한 영업은 이미 금융사들의 주요 영업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보험사들은 자체 조직이나 아웃소싱을 통해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팅(TM) 영업을 해왔다. 생명보험사든 손해보험사든 보험료의 10~30% 안팎이 TM에서 나온다. 신용카드사들이 판매하는 보험상품도 연간 1조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금융당국의 조치로 최근 실적악화에 시달려온 금융사들은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점포 수가 적은 중소 금융사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TM 설계사나 업무를 위탁받은 TM 업체의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종사하는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으면 불법업체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워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