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팀블릭 (마스타카드코리아 사장)나는 가끔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는 국내 카드 시장에 관한 원고를 청탁 받곤 한다. 한국의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카드 사용 실태도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 한국 카드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의 신용카드 업계는 발생 초부터 강력한 정부의 관리를 받아왔다. 정부 정책이 카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주요인이었으며 그 결과 한국 신용카드 시장의 매출규모는 마스타카드 내에서도 전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
재정경제부는 신용카드업 초기단계부터 규정을 제정하고 카드 사업의 방향, 경영, 개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최근에는 LG, 삼성, 현대와 같은 비금융기관들이 소비자 부문에서 혁신적인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는 카드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국 신용카드 시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논하기 위해서 한국 시장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발달된 부분과 차이점 그리고 해외에서 도입되어 더욱 향상된 부분 등에 대해 초점을 맞춰 언급해 보고자 한다.
한국 카드시장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장 긍정적인 면은 '스마트카드'의 놀랄 만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카드란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칩을 가지고 있는 카드이다. 신용카드업계의 리더들은 이미 뛰어난 안정성과 유연성을 지닌 칩 카드가 미래의 신용카드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이미 여러 종류의 스마트카드가 발급되었다.
이는 한국 시장이 칩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스마트카드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시장임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카드시장의 두번째 특성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모든 카드거래가 거래 시점과 동시에 승인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보통 다른 국가들의 경우는 거래시점과 동시에 승인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샘플 테스트이거나 혹은 거래 규모 (value of transaction)에 따라 정해진다.
정부가 일찍부터 모든 거래가 거래시점에서 승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위변조나 부실채권의 손실율을 낮추는 것 외에도 판매시점에서 실시간으로 승인 조회와 거래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온라인 터미날 설치를 위한 투자 유도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세번째 특징은 카드회원 모집 및 서비스 개발을 유도한 국내 카드 발급사간에 치열한 경쟁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제휴카드 프로그램과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앞서가는 국가가 되었으며, 고객관리시스템 (CRM)과 콜센터 운용 등을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혁신을 통해서 카드회원의 이익을 도모하고 카드회원의 로열티를 높이게 되었다.
이제 해외 사례를 통해 한국 신용카드업계가 개발 또는 향상시켜야 할 부문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2002 월드컵 개최에 앞서 해외에서 발급된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여 쓸 수 있도록 은행의 ATM/CD기를 교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돈을 찾지 못해 돈을 쓸 수 없다면,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인상이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위변조 카드 소지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토록 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 최근 일본과 대만에서 이와 유사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그 결과 조직화된 범죄단이 위변조 사기를 위해 좀 더 법률 규범이 약한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을 조금만 바꿔도 경찰들이 마스타카드와 같은 세계적인 카드 네트워크의 보안 부서와 협력해서 위변조 사기범을 체포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카드회사들이 신용 관리 및 위기 관리를 개선하고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카드들이 '리볼빙' 시스템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신용카드로 쓰이기 보다는 매달 사용액 전체를 지불해야 하는 'Charge Card'로 쓰여지고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 행태와 신용도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외환카드와 시티은행과 같은 몇몇 카드 회사들이 도입한 리볼빙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국내 카드 시장에 정착될 수 있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카드회원의 신용 및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