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경제 성장률에도 불구,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던 중국의 물가가 최근 인플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SWJ)은 올 들어 9개월간 중국의 물가가 0.7%올라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뚜렷한 상승기조를 나타냈다고 29일 보도했다. 중국측은 이 같은 인플레 조짐이 최근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방어할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ASWJ은 전했다.
◇물가 상승 조짐 가시화=그동안 높은 경제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공급 초과 현상 덕분에 물가가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왔던 중국에서 인플레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에는
▲경제 성장에 따른 원자재 수요 급증
▲외국인 투자 확대
▲농업 생산 비중 감소에 따른 식량 부족 우려
▲풍부한 유동성 공급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두자리수에 달했던 90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지만 10여년 만에 물가가 상승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현상.
전문가들은 중국의 내년도 인플레이션율이 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향후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디플레 현상으로 인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외국 업체들도 최근 이 같은 인플레를 틈타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절상 압력 방어 카드 될 듯=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플레 현상이 그동안 전세계에 `디플레`를 수출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아온 중국에 새로운 절상 압력 방어 카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내 물가가 오르면 중국의 수출품 가격 역시 상승, 위안화 절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 중국 제품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경우 더 싼 값의 외국 제품 수요가 증가, 국가간 무역 불균형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중국 사회과학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위앤 강밍은 “인플레이션이 위안화 평가 절상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을 완화시키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내에선 급작스러운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가격 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중국 금융 당국은 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고용 창출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은 물론 농산품 등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아직 중국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저소득 층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