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류] 지방소주 연고지역서 `싹쓸이'

「애향심?, 지방색?」애향심과 지방색은 뜻이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전자는 주로 긍정적으로, 후자는 부정적으로 쓰인다.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요즘 사람들의 소주소비행태를 보면 자기 고장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해졌다. 금복주(경북), 무학(경남), 대선주조(부산), 보해양조(전남). 대표적인 자도주들이다. 이들의 판매구조를 보면 이같은 추론이 좀 더 분명해 진다. 각자의 영역을 벗어나면 판매량은 뚝 떨어져 사실상 0%에 가까운 까닭이다. 처음부터 자도주비율이 이처럼 절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7년말까지만 해도 전국브랜드인 진로가 각 지역에서 일정 점유율을 보였다. 97년말의 경우 각 지역에서 자도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금복주 56.3%, 무학 68.9%, 대선 73.9%, 보해 91.1% 등이었다. 보해를 제외하면 사실상 과점형태였다. 하지만 1년 뒤 이같은 수치는 급격히 변했다. 98년말에는 금복주 88.5%, 무학 81.1%, 대선주조 79.8%, 보해 93.8% 등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올1월에는 금복주 94.6%, 무학 84.4%, 대선 81.5%, 보해 93.3% 등으로 더 올라가(보해 제외) 「지역패권」추세가 갈수록 굳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자기 지역의 소주가 독주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 품질향상을 들 수 있다. 특히 최근 참(금복주), 화이트(무학), 시원(대선)등의 신상품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 이유는 「기왕이면 우리 고장 술을 마시자」라는 공감대다. 올초 진로가 신제품 「참眞이슬露」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지방 공략에 나섰을 때 지방소주사들은 별로 염려하지 않았다. 예전같으면 『큰일 났다』 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했을텐데 이때는 『전선 이상 무』를 외쳤다. 당시 대선주조의 영업 담당자는 『「이왕이면 우리 것을」이라는 정서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에 진로가 다시 발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참이슬 진입을 계기로 이같은 분위기가 더 확산되고 있다』고 자신만만 했었다. 현지에서 영업을 담당한 진로의 관계자는 『식당에서 자기 고장 술이 아닌 다른 술을 찾으면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여서 공략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가 비판받을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약간의 불이익이라도 미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어떤 업체는 거의 한 가지 브랜드만 출고, 사실상 가격을 올렸다. 용량은 오히려 다른 술보다 적은데도 출고가는 150원 정도가 더 비싼 것. 이는 『원가구성이 다르다』는 반론에도 불구,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활용한 횡포에 다름아니다. 소비자가 보기에는 똑같은 소주를 돈만 더 주고 마시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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