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26일] 리글리 & 껌


46억8,601만달러. 세계 껌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리글리사의 매출액(2006년)이다. 같은 해 순이익은 5억2,937만달러. 껌만 갖고 이룬 실적이다. 출범 당시 가용 자본은 단돈 32달러. 오늘날의 자산가치에 비하면 ‘껌 값’에도 못 미쳤지만 29세 청년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William Wrigley Jr.)는 마케팅에 자신이 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비누공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리글리는 공부보다는 장사에 흥미가 많아 10대 시절부터 세일즈를 익혔다. 독립에 반대하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1891년 초 시카고행 열차에 몸을 실은 그는 자본을 댄 삼촌과 함께 공동으로 비누 사업을 시작해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다. 비결은 ‘끼워 팔기’. 소비자들이 덤으로 얹어 주는 베이킹파우더를 비누보다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뒤 업종을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 베이킹파우더 한 캔에 풍선껌 두 팩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껌이 예상외로 인기를 끌자 리글리는 다시금 방향을 틀었다. 1893년 추잉껌 ‘주시 푸르츠’와 ‘스피어민트’가 출시되면서 사업은 순풍가도를 내달렸다. 얇고 긴 판 모양의 껌 특유 디자인이 이때 처음 나왔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한 1907년 공황에서도 그는 승승장구했다. 남들이 광고를 줄일 때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기회로 보고 광고비를 대폭 증액한 덕이다. 전화번호부에 적힌 주소에 껌 4개씩을 무료로 보낸 적도 있다. 1차 대전도 시장을 전세계로 확대시켰다. 1932년 1월26일, 71세로 사망한 리글리의 껌 사업은 3대가 넘도록 이어지며 전세계 14개국에서 리글리 껌이 생산되고 있다. 껌 값으로 출발했으나 도전과 적응,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혜안이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군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