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계의 씀씀이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가계 소비지출이 2012년 2·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라 잔뜩 움츠렸던 소비심리에 봄기운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48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2012년 2·4분기(3.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비목의 지출 증가율이 10.7%에 달했다. 김치냉장고와 같은 가전기기에 대한 지출이 늘었고 가구 및 조명 소비도 증가했다. 가사도우미 등 가사서비스에 대한 지출도 증가했다. 이 밖에 오락문화(4.8%), 음식숙박(5.2%), 의류신발(2.6%)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심리 개선은 가계소득과 지출의 증가율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4·4분기 소비지출증가율(3.0%)은 같은 기간 가계 소득 증가율 1.7%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지난 2011년 2·4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가 조금씩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반면 4·4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은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6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1·4분기에 1.7% 늘어난 데 이어 2·4분기(2.5%). 3·4분기(2.9%)로 증가폭이 커지다가 주저앉은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실적이 부진해 소득이 높은 5분위 계층에서 상여금이 감소해 소득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소비 여력에는 여유가 있어 올해 소비지출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우리 가계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6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09년(1.2%) 이후 가장 저조한 오름폭이다.
임금을 받아 발생하는 근로소득은 2.8% 증가했으나 사업체를 운영해 벌어들이는 사업소득은 0.4% 늘어나는데 그쳐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2012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치킨집 창업' 퇴직 자영업자들이 지난해에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재산소득과 비경상소득은 각각 3.0%, 3.6%씩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8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이에 따라 연간 평균소비성향도 하락했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73.4%로 전년 74.1%보다 0.7%포인트 내렸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의 비율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이중 73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아껴 뒀다는 뜻이다.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 2010년 77.3%를 나타낸 후 3년 연속 내림세를 탔으며 최근 2년간은 2008년(75.9%)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