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각적인 경기회복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더 이상의 경기위축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2일 “재정지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올 성장률 4%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권오규 정책수석과 조윤제 경제보좌관은 “올해 우리경제가 4%성장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재정과 금리ㆍ세금 등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을 최대한 동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기심각성 뒤늦게 인식한 정부=불과 1개월사이에 경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180도로 달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 5%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5월
▲4조2,000억원의 추경예산편성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 등 재정ㆍ금리정책을 순차적으로 꺼냈다. 당국은 경제성장률을 4%대로 수정하면서 이 정도의 대책이라면 하반기에 `U자형`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투(夏鬪)ㆍ사스(중증호흡기성증후군)여파ㆍ북핵문제ㆍ세계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정부는 경제상황을 낙관했다. 민간경제연구소와 해외금융기관들이 지난 4월부터 `성장률 4%대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추경편성과 금리인하로 당초 성장 목표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산업생산ㆍ소비ㆍ투자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자 정부의 입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참여정부 경제비전국제회의`에서 경기위기론을 인정했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2일 “현재 추세라면 3분기 성장률도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승 한은 총재도 3일 “5월 콜금리를 인하할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당국자들이 뒤늦게 경기부양을 위한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 경제운영계획 대폭 수정할 듯=상황이 이처럼 악화일로를 치닫게 되자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계획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성장률 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부진한 고용과 투자,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이 동원될 것으로 관측된다. 4%대로 제시됐던 경제성장률 목표는 4%선 안팎, 또는 3~4%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3% 중반 정도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은행은 오는 10일 정례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열고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 경우 다음달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양한 경기부양카드 쓸 듯=재경부는 오는 14일께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을 통해 재정확대와 감세 등 경기활성화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재정대책은 방법론과 집행규모만 남았다. 정부와 민주당은 국회로 넘어간 4조2,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확대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충당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추경예산을 확대하는 것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국채를 발행해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는 것은 절차상 간편하다. 그러나 예비비 명목의 국채발행은 한도가 4조원이지만 예산에 반영할 실제 여유분은 1조원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재정확대 방법을 사용할 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추경을 5~6조원으로 확대하고 1조원의 2차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데 비해 추경예산조차 삭감했던 한나라 당은 추경확대 및 2차 추경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감세카드도 동원된다.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특별소비세제 개편이 당초 연말에서 이달 중으로 앞당겨진다. 배기량별로 3단계(7%ㆍ10%ㆍ14%)로 짜여진 특소세율을 2단계로 줄이면서 세율을 일제히 내리고 특소세 인하 조치 직전에 차를 구입한 사람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또 올해로 시한이 만료되는 80여개 조세감면조항을 대폭 줄이려는 당초 방침을 철회하고
▲근로소득 공제율 인하시기를 올해 말 정산분부터 곧바로 적용하거나
▲법인세율을 1~2% 포인트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권구찬,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