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전] 증권사의 은행화

하나의 계좌에서 주식·채권·MMF투자와 수표발행, 신용카드 결제, 공공요금납부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뿐만아니라 계좌에서 사들인 유가증권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빠르면 올해말부터 국내 투자자들도 이런 기능을 갖춘 증권종합계좌(CASH MANAGEMENT ACCOUNT)를 증권회사 창구를 통해 갖게 될 전망이다. CMA를 개설하는것은 증권사의 증권계좌, 투신사의 MMF계좌, 은행의 계좌를 한꺼번에 갖는 것과 같다. 고객의 돈중 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남은 돈은 증권사가 자동으로 투신사의 MMF에 운용해준다. 고객은 따로따로 여러개의 계좌를 가지는데 따른 비용과 수고를 줄이고 MMF운용수익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증권사 또한 단순 예탁금 예치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갖춤으로써 고객의 투자자금을 장기적으로 유치할수 있다. 미국 메릴린치(MERILL LYNCH) 증권사가 지난 77년 처음 선보인 후로 CMA는 이런 장점을 업고 다양한 종류로 발전하며 증권업과 은행업의 경계를 허물었다. 일본은 전반적인 금융개혁방안의 하나로 메릴린치의 CMA를 모델로 지난 97년 10월 「증권총합구좌」라는 것을 도입했다. 국내 증권업계는 금융기관간 연계서비스를 기본기능으로 하는 CMA의 도입이 신상품 개발의 촉매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도입을 서두르는 중이다. 증권업협회의 박병주(朴炳珠) 상품개발팀장은 『고객이 앉은자리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 「원스톱서비스」는 세계적인 추세』라며『CMA를 갖춤으로써 증권사가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증권사들은 은행과 제휴, 전산시스템을 연계해 입출금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하는 등 CMA도입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최근 한빛은행과 업무제휴를 추진한 삼성증권의 오희열(吳熙悅) 상품개발팀장은『은행과의 제휴로 증권사의 자사의 고객이 은행서비스를 수월히 이용할수 있게 됐다』며『아직은 기술적, 법적인 장애가 많지만 조만간 독자적인 CMA서비스를 시작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CMA의 도입과 더불어 그동안 양성화가 요망되던 자산종합관리계좌(WRAP ACCOUNT)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여러종류의 자산운용 관련 서비스를 하나로 싸서(WRAP) 고객의 기호에 맞게 구성해주는 것으로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주식이나 채권에 운용해주는 일종의 일임매매 구좌다. CMA가 은행과 증권사의 업무영역 철폐를 의미한다면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의 투자컨설팅이 강화되고 자산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랩어카운트와 CMA를 결합하면 고객은 원스톱서비스에 더해 자기에 적합한 포트폴리오전략을 증권사로부터 제공받는다. CMA를 가진 투자자가 랩어카운트를 신청하면 증권투자에 대해 일일이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 투자자가 증권회사에 돈을 예치하기만 하면 증권회사의 담당직원이 투자성향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자산운용방법을 제시해주고 부수해주는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간접투자상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적절한 투자상품을 고르기 어려운 요즘에 랩어카운트는 일반고객들을 끌어들일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증권사는 수수료를 거래건별로 받지 않고 계좌의 평균자산 잔고에 비례해 종합적으로 부과한다. 대우증권의 백상옥(白相玉) 금융상품 개발팀장은 『CMA와 랩어카운트를 결합한 신상품이 하반기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이경우 종래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던 증권사의 수입구조가 선진국의 증권사형태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MA와 랩어카운트의 도입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증권사의 일임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규다. 증권거래법에는 증권사가 투자일임업을 하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알아서 운용해줄수가 없게 된다. 투신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증권사가 투자일임업 등록을 할수 없게 만든 공정거래법도 장애요인이다. IBRD와 공동으로 자본시장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재경부에서는 애초 4월이면 일임매매가 가능하도록 법제화를 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법규전반에 걸친 재검토작업이 의외로 방대했다. 이밖에 위탁매매업,은행업 및 MMF투자기능이라는 3가지 기능을 하나의 계좌에 통합하는 CMA 개발에는 투자 못지않게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증권사 상당수는 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제한적인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제휴은행을 제외한 타은행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수 없다. 은행공동 전산망과 증권전산망을 연결하기로 기본 방침을 정한 상태지만 실시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용운 기자 DRAG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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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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